협심증 스텐트 시술 "효과 있다 vs 없다"

영국에서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의 스텐트(stent) 시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안정형 협심증은 심근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에서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는 등 힘든 일을 했을 때 심장이 압박을 받아 흉통이 발생한다. 안정 시에는 흉통이 나타나지 않는 심장질환이다.

스텐트 시술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힌 심근경색이나 안정 시에도 심한 흉통이 나타날 수 있는 불안정 협심증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비침습적 시술이다 보니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도 시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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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는 일종의 금속망으로 카테터(도관)에 장착해 대퇴동맥을 통해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어 막힌 부분을 뚫고 그 자리에 고정 설치되는 비침습적 치료법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심장·폐 연구소(National Heart and Lung Institute)의 심장 전문의 저스틴 데이비스 박사는 안정형 협심증에는 스텐트 시술이 약물요법에 비해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스텐트 시술 효과를 선호해온 심장 전문의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 2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엔 스텐트 시술, 다른 그룹엔 스텐트 시술을 하되 스텐트는 설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시술 전 모든 환자에게는 6주 동안 아스피린, 스타틴, 혈압강하제 등 심근경색 위험을 줄이는 약과 심장과 혈관을 이완시켜 흉통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했다.

이들 중 절반에게는 손목이나 대퇴부의 혈관을 통해 스텐트가 달린 카테터를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분까지 밀어올려 스텐트를 설치했다. 나머지에는 시술 진행은 똑같이 하되 마지막 단계에 스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카테터를 그대로 빼냈다. 환자와 연구자들 모두 누구에게 스텐트가 설치되고 설치되지 않았는지를 모르게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스텐트가 설치된 그룹은 시술 전보다 좁아졌던 관상동맥 혈류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6주 후 두 그룹 모두 흉통이 줄어들고 운동 부하검사(treadmill test) 성적도 두 그룹 모두 시술 전보다 좋아졌다. 두 그룹 사이에 호전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고 데이비스 박사는 밝혔다.

데이비스 박사는 “동맥경화는 여러 혈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그중 가장 많이 막힌 혈관 하나를 뚫었다고 해서 환자의 증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조군 환자는 스텐트가 실제로 설치되지 않았지만, 시술을 받았다는 생각만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플래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나타났을 수 있다.

이 결과에 대해 미국 워싱턴대학의 심장 전문의 데이비드 브라운 박사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리타 레드버그 박사는 "심혈관 의료지침 모두를 바꾸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미국 임상지침은 약물치료를 시도한 흉통 환자에게는 스텐트 시술이 합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1990년대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한 스텐트 시술은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bypass surgery)보다 비침습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 심장 전문의들이 선호한다. 효과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김인순 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