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협력사 마이크로프랜드 경영권 분쟁 내홍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낸드플래시 테스트 장비 소모성 부품인 프로브카드를 공급하는 마이크로프랜드가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고객사 증설 투자에 따른 공급 물량 확대로 올해 실적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쟁에 휘말리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프랜드 최대주주인 임동준씨 외 8인은 서울고등법원에 회사 측을 상대로 주요 세무회계 장부 공개를 요구하는 2차 소송을 지난 8월 31일 제기했다. 첫 기일은 이달 7일이다.

앞서 임씨 외 8인은 지난 6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조병호 대표이사 등 일부 임원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주요 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임원 보수와 관련 있는 일부 장부 열람을 허용했다. 다만 임원 보수와 관련 없는 법인 예금통장과 법인카드 명세서 등 다른 장부 열람 요구는 불허했다. 임씨 외 8인은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고한 것이다.

임씨는 마이크로프랜드 지분 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씨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8인은 아들인 임진환과 임민섭, 손녀인 임유진, 김연수, 김혜수, 손자 임성원, 임재우, 임재탁이다. 임진환과 임민섭이 각각 5.49%, 2.74%, 손녀 손자가 각 0.9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임씨를 포함해 이들이 보유한 지분 총합은 20.47%에 이른다.

조병호 마이크로프랜드 대표.
조병호 마이크로프랜드 대표.

조병호 대표이사는 지분 6.3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재직 임원, 자사주, 투자자 등 임씨 외 8인이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임씨 등이 일종의 '실력행사'를 위해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제기 당사자인 임동준씨는 마이크로프랜드 조병호 대표이사의 이모부다. 조 대표는 프로브카드 전문업체 파이컴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다 2004년 마이크로프랜드를 창업했다. 당시 이모부인 임씨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 임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마이크로프랜드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2008년 6월 조병호 현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9년 조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임씨는 비상근 사외이사로 물러났다. 당시 조 대표가 단독대표에 오른 것은 “진짜 사업을 맡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투자기관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가 이 같은 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는 창업시 자금을 댄 최대주주로서의 처우개선 요구(급여 등)를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프랜드 관계자는 그러나 “임씨 아들인 임진환씨를 등기이사로 임명하라는 등의 요구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어 이사회에서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진환씨는 임동준씨가 창업한 동성산업의 대표이사다. 임씨가 등기이사에 오르면 동성산업이 관계회사로 엮일 수 있다. 동성산업은 인쇄분야 전문업체로 반도체와는 거리가 멀다. 마이크로프랜드는 지난해 연말 코스닥 상장 심사시 관계 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사안이 위험 요인에 해당하며, 투자자에 손해를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마이크로프랜드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이 같은 분쟁에 휘말려 투자자분들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 “회사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소송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프랜드의 주력 매출원인 프로브카드는 테스트 장비에 부착돼 가공이 끝난 반도체 웨이퍼의 전기적 성능 검사를 돕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에 주로 공급된다. 마이크로프랜드는 올해 연간 최대 실적 기록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프랜드를 포함 티에스이, 코리아인스트루먼트로부터 낸드플래시 웨이퍼 검사용 프로브카드를 공급받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