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ERP PI, 법정공방 이어지나…조달청 항고 검토, 연내 사업자 선정 어려워

한국전력공사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세스혁신(PI) 사업을 두고 법정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체 ERP 개발을 검토하는 PI 사업은 첫삽도 뜨지 못한 채 법정공방으로 시간만 보낸다. 사업자 선정은 빨라야 연말이나 가능하다.

진은 한전 본사.
진은 한전 본사.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한전 ERP PI 사업 관련 한전KDN 입찰철회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한전 ERP PI 사업은 지난 9월 초 제안서 접수마감 결과 한전KDN컨소시엄과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참여했다. 한전KDN컨소시엄이 평가 직전 입찰참여 취소를 신청했다. 직후 딜로이트컨소시엄은 한전KDN 입찰철회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한전KDN은 컨소시엄 참여업체가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입찰철회를 신청했다. 당시 한전KDN 홍보담당자는 “참여업체가 몇 개 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철회신청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관행상 두 개 제안업체 중 한 개 업체 입찰 철회로 유찰을 선언했다. 이후 재공고를 통한 2차 입찰을 진행했다. 현재 한전KDN컨소시엄과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재입찰에 참여해 평가를 대기 중이다.

법원의 입찰철회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모든 사업 진행은 중단됐다. 절차상으로 한전KDN의 입찰철회 신청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광주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다”면서 “법원 판결에 이의제기를 할지, 판결을 받아들여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를 본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지방조달청으로서는 적법하게 절차를 진행했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결을 내리는 부분에 대해 못마땅한 분위기다.

조달청이 어떤 결정을 내리 든 사업자 선정 시점은 상당 기일 늦어진다. 이의제기를 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 심의하고 판결을 내리는 데 두 달 이상 소요된다. 이후 다시 절차를 진행하면 연내 사업자 선정은 불가능하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진행한다 하더라도, 참여업체에 재공고를 하고 다시 절차를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

두 업체가 제안했을 때 한 업체가 입찰을 철회하는 경우는 드물다. 업계에서는 조달청 본청에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본청과 광주지청 간 협의 조차도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불똥은 한전으로 튀었다. 이번 ERP PI는 지난 10년간 운영된 시스템에 대한 재구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라이선스 이슈로 갈등을 빚은 SAP 대신, 자체 개발로 해외사업까지 담는 유연한 ERP 구축이 핵심이다. 해외 사업지원을 위한 에너지 특화 ERP를 만든다는 의지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