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퀄컴 적대적 M&A 시도할 듯”

“브로드컴, 퀄컴 적대적 M&A 시도할 듯”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로 나타났다.

브로드컴은 6일(현지시간) 퀄컴에 공개 인수제안을 했다. 인수 조건은 주당 70달러(현금 60달러+10달러짜리 브로드컴 주식 지급)다. 지난 2일 퀄컴 종가에 약 28% 프리미엄을 얹었다. 3일 블룸버그 최초 보도로 퀄컴 주식이 껑충 뛰어오른 까닭에 기준 날짜를 2일로 잡은 것이라고 브로드컴은 밝혔다. 퀄컴의 부채를 포함한 총 인수가는 1300억달러다.

브로드컴은 퀄컴의 NXP 합병 여부에 관계 없이 인수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퀄컴은 NXP 인수를 위해 유럽 등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합병 심사를 받고 있으나 ST마이크로 등 경쟁사의 반대와 독점에 관한 우려로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퀄컴은 이날 공식 성명에서 “브로드컴 제안을 접수했다”면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퀄컴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주에게 브로드컴 인수제안을 거부하도록 권고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회사 가치가 과소 평가됐다는 것이 이유다. 일년 전 퀄컴 주가는 주당 70달러에 근접해 있었다. 2014년에는 주당 80달러를 웃돌았다.

브로드컴의 행보는 일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이 공개 인수제안을 하기 전에 퀄컴과 사전 논의가 없었다”면서 “퀄컴은 주주친화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이 같은 공개 제안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퀄컴 주가는 애플과의 법적 분쟁으로 2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른 주주 불만을 인수 작업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는 “퀄컴은 조만간 10인의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된다”면서 “브로드컴에 유리한 주장을 펼칠 이들이 선임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브로드컴은 퀄컴이 인수를 거부하더라도 위임장 대결을 불사하며 M&A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훅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퀄컴을 합병하면 보다 발전된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주주가치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PC매거진은 “훅 탄 브로드컴 CEO는 혁신 주자가 아니라 금융 전문가”라면서 “'숫자'를 중시하는 회사가 엔지니어링 중심 회사를 매입하면 혁신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델-EMC 합병(670억달러, 약 75조원)을 뛰어넘는 IT업계 최고 '빅딜'이 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