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이 자사 저비용항공사(LCC)와 코드셰어를 늘리면서 고객이 비싼 요금으로 LCC를 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FSC와 LCC는 항공권 가격부터 서비스까지 큰 차이가 있지만 항공사들은 사전에 고지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초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하면 고객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LCC 항공기를 탑승하는 코드셰어 항공권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에서 발권할 때보다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가량 비싸게 판매한다.
코드쉐어는 두 개 항공사가 하나의 편명으로 항공기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공항 슬롯이 부족하거나 같은 동맹체일 때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비슷한 체급 항공사끼리 코드셰어를 맺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직접 비행기를 띄우지 않고도 고객에게 다양한 항공편을 팔 수 있고, 운항사는 판매망을 다양화해 빈 좌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 이득이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35개 항공사 604개 노선, 아시아나항공은 30개 항공사 277개 노선에 대해 코드셰어 제휴를 맺고 있다. 대부분 비슷한 규모 외항사와 코드셰어를 맺고 있지만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기업 LCC와도 맺고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올해 초 공동운항 노선을 19개로 늘렸고,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일부 노선과 작년에 새로 설립한 에어서울의 모든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FSC가 LCC와 코드셰어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국내에서는 자회사 운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지만 고객 혼란도 함께 커졌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서 항공권을 구매했지만 LCC를 타야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판매하는 코드셰어 항공권은 동일 편명 LCC 항공권보다 많게는 수십만원가량 비싸다. 실제로 사이판, 세부, 일본 노선 항공권은 10만~30만원 비싸게 판매한다. 하지만 LCC는 항공기 수준도 FSC보다 떨어지고, 기내식, 사전좌석배정, 아기바구니 등 서비스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마일리지 적립도 LCC 기준으로 적립돼 손해를 보게 된다. 아울러 수하물 규정도 다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전에 코드셰어라는 점을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공지 내용은 작은 글씨나 연한 색으로 표기돼 있다. 많은 고객은 공지 내용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항공권을 발권할 때 LCC를 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년 1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고객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 델타항공 등이 소속된 스카이팀 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로 이전한다. 제2여객터미널은 체크인, 보안검색, 세관검사, 검역, 탑승 등 출·입국을 위한 모든 절차가 제1여객터미널과 별도로 이뤄지는 독립 여객터미널이다. 하지만 진에어는 다른 40개 LCC 업체와 함께 제1여객터미널에 남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진에어 코드셰어 항공권을 구입한 승객이 터미널을 잘못 찾으면 항공기를 놓칠 수도 있다”면서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