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업 진출에 소상공인이 들끓고 있다.
수년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분야에서 불거졌던 대·중견기업과 중소·소상공인 간 갈등이 산업용재업계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단순 구매대행을 넘어 직접 판매로 시장 확대를 예고한 만큼 소상공인의 불만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산업용재 관련 소상공인단체는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용재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베어링판매협회, 한국전동툴사업협동조합, 안전보호구협회, 한국열쇠협회 등이 참여했다.
산업용재협회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외국계 업체인 에이스하드웨어와 공동으로 내년 1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589평 크기 산업용재·건자재 대형마트를 개장한다.
이들 단체는 “마트 개장 시 주변상권 붕괴는 물론 동종업계 종사자 등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극적 개입과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산업용재협회 뿐만 아니라 관련 소상공인단체가 이처럼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업 진출이 영세 산업용재 소상공인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용재협회 측은 1호 매장이 설립되는 독산동 인근 시흥유통상가와 안양유통상가 약 7000개 관련 사업체와 종사가 2만여명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전국으로 매장 확대를 계획하는 만큼 전국 사업체 7만여개가 직접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산업용재협회 관계자는 “앞서 MRO 상생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업을 개시하기 전에 막는 것만이 소상공인 존립 기반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MRO 상생협약은 지난 8월 체결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변하지 않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부 기업은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상생협약 참여를 미뤘다.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업은 구매대행인 MRO와 달리 대·중견기업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만큼 MRO시장보다 소상공인에게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유진기업 측은 소상공인 단체의 이런 주장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상세한 자료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형태도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업이 아닌 '주택보수 DIY 전문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춰 주택보수 DIY 전문매장을 준비 중”이라며 “인근 공구상가 여러분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 사업개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관련 시장이 일반인까지 확대되어 상생할 수 있도록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