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4일 아이폰X(텐)을 국내에 출시한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예약 판매한다. 애플은 당초 예상을 깨고 이달 24일 2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업계는 아이폰X 국내 출시 시기를 12월 혹은 내년 1월께로 예상해 왔다.
아이폰X 가격은 공기계 기준 64GB 142만원, 256GB 163만원이다. 이통사 출고가는 통상 공기계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다. 지난 3일 출시된 '아이폰8' 출고가는 공기계보다 4~5% 저렴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이통사의 아이폰X 판매가는 64GB는 135만원, 256GB는 155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물량과 가격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폰X 국내 출시를 확정한 건 이례다. 이통사 관계자도 “아이폰X 국내 출시 결정은 애플 공식 발표 직전인 7일 밤 10시 이후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이동통신 서비스 3사와 출시 일정에 대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코리아도 아이폰X 국내 출시 일정을 사전에 알고 있진 않았던 거 같다”고 전했다.
애플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X 출시를 앞당긴 건 다각도 포석으로 풀이된다.
첫째 아이폰8 시리즈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 전략으로 보는 분석이다. 아이폰8 부진 요인이 아이폰X 대기 수요인 만큼 아이폰X 출시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둘째 애플에 계속 제기되는 생산 수율·물량 부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아이폰X 부품 수율 문제를 해결, 출하량을 정상화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셋째 애플의 '아이폰X 시선몰이'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애플이 물량 부족에도 아이폰X 출시를 앞당겨 한정된 물량만 판매,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헝거(Hunger)마케팅'을 펼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X의 성패를 가를 변수는 가격이다. 이통사는 150만원 안팎의 출고가가 심리 저항선을 극복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휴대폰 유통점은 가격 부담으로 해외 직접 구입을 택하는 비중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통사 예약 판매에 이어 유통점에서 정상 판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이통사 KDDI는 아이폰X 초도 물량으로 약 20만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통사는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 계약 물량을 개통하면 일반 판매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아이폰X 국내 출시가 애플과 이통사 예약 판매 잔치로만 끝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