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업계는 지난 15년 동안 역대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로봇산업이 세계시장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입니다.”
고경철 KAIST 교수가 로봇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 정부를 거치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부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고 교수는 1980년대부터 업계에 몸 담아왔다. 지식경제부 지능형로봇사업단 기술위원장과 차세대로봇 전략기술사업단 R&D효율화위원장 등을 거쳤다. 정부의 로봇산업 지원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로봇 연구 업적으로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월드에 이름을 등재했다.
로봇산업은 15년간 정부 지원 수혜자였지만 성장세와 결과물은 미미하다는 게 고 교수 지적이다.
한국은 로봇이란 특정 기술 분야로 주무과를 만들고 로봇산업육성 특별법을 마련하는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원 규모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세계시장은 일본과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 기업이 석권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성장세도 위협적이다.
그는 “15년 동안 역대 정부는 1조원이 넘는 돈을 로봇산업에 투입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기업 수준 플레이어를 배출하지 못했고,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영세하다”며 “이미 로봇업계는 삼진아웃을 당했지만 지난해 알파고 등장으로 로봇산업 관심이 높아지며 다시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제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8억9300만달러(약 9929억원)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중국은 30억달러,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억달러,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10대 로봇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 등 민간기관도 전문성을 토대로 한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인사이동이 잦은 주무부처 인사도 업무 연속성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현재 로봇 관련 민간단체는 정부 정책 보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며 “정부는 지원 인프라를 제공하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은 로봇산업 방향타를 쥐는 임무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내고 투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모델이 정착돼야 업계가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