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계 3위 퀄컴이 13일(현지시간) 브로드컴 인수제안 거부를 공식 발표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은 일단 교착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브로드컴은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퀄컴의 폴 제이컵스 회장은 이날 새벽 성명을 통해 “퀄컴의 모바일 기술 리더십과 미래 성장성에 비추어 브로드컴 제안은 퀄컴의 기업가치를 크게 과소 평가한 것”이라며 제안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브로드컴은 퀄컴의 인수제안 거부에도 불구, 인수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브로드컴은 퀄컴 대주주들에게 직접 인수합병을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 측은 “우리는 우리의 제안이 퀄컴 주주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며 가치향상적 대안이라는 점을 여전히 믿고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지난 6일 퀄컴 측에 주당 70달러에 지분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현금으로 60달러를, 브로드컴 주식으로 10달러를 각각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 2일 퀄컴 종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전체 인수 금액은 1030억달러이며, 별도로 250억달러의 부채를 승계하는 조건이다. 부채까지 포함 총 인수합병(M&A) 규모는 1300억달러(약 145조 원)에 육박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싱가포르의 아바고 테크놀리지가 지난해 370억달러에 인수한 브로드컴은 인텔·삼성전자·퀄컴에 이은 4위의 반도체업체다. 특히 특정용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애플의 아이폰 등에 독점적으로 칩을 공급하는 퀄컴은 올 들어 애플과 특허료 분쟁으로 소송을 벌이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퀄컴은 브로드컴의 협상 거부를 권고하면서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규제 당국의 엄중한 독과점 조사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