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협하는 불법 자율주행 튜닝, 법령 규제가 없다

최근 차로유지보조장치(LKAS), 어드밴스드크루즈콘트롤(ACC) 등을 활용한 부분 자율 주행 기술이 보급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튜닝이 성행하고 있다.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제조사에서 부분 자율 주행 가동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작동이 해제되지 않도록 임의 설정이 가능한 모듈을 장착하는 것이다. 범법 행위 처벌을 위한 관계법령조차 마련되지 않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차선유지보조장치(LKAS)
차선유지보조장치(LKAS)

14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튜닝 시장 중심으로 부분 자율 주행이 장착된 차량에 LKAS 유지 모듈을 장착하는 튜닝이 확산되고 있다. LKAS 유지 모듈을 장착한 차량은 무제한 가동이 가능, 고속화도로와 같은 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LKAS는 차량 전방 유리에 장착된 카메라로 앞 차선을 인식한 후 방향 지시등 없이 차로를 이탈할 경우 스스로 차선을 인식해 올바른 방향으로 조향한다. 기존에 운전자에게 경고등, 경고음을 통해 알려 주던 차로이탈경보시스템(LDWS)에서 개선된 기술로, 더욱 능동 작용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최근 현대·기아차,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완성차 업체는 LKAS와 ACC를 결합해 부분 자율 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다만 기술이 완전하지 않고,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이 해제돼 운전자가 운전하도록 돼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이미지
자율주행차 관련 이미지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부분 자율 주행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해서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면서 “자율 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도 관계 법령에 따라 경고장치, 고장감지장치, 시험요원 등 사고 방지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불법 튜닝을 통해 임의로 제한을 풀면 사고 위험이 몇 배 높아진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48조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및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며, 도로의 교통 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과 제동장치를 조작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말이다.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간단한 모듈 설치로 LKAS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불법 튜닝이 만연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LKAS 유지 모듈을 장착한 차량을 타고 '서울~부산'을 주행한 이야기나 영상도 퍼져 나가고 있다.

기아자동차 고성능 '4도어 쿠페' 스팅어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제공=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고성능 '4도어 쿠페' 스팅어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제공=기아자동차)

국내에서는 불법 자율 주행 튜닝에 대한 규제나 처벌 기준이 법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LKAS는 현재 자동차 안전 기준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는 편의 장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관리법 제29조'에 따른 안전 기준 위반 행위로 보기 어렵다. LKAS 유지 모듈 튜닝 차량을 '자동차관리법 제35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안전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동차로 보기에도 객관 기준이 모호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안전 기준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LKAS와 같이 안전 기준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장치의 튜닝은 자동차관계법령으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LKAS 유지 모듈 장착을 범죄 행위로 처벌하려면 범죄와 형벌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곤란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 교통안전공단 등 관련 부처를 통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동차 의무 적용을 위한 자동차 안전 기준을 정하기 위해 연구 및 용역을 의뢰했다”면서 “해당 안전 기준이 제정돼야 법령 위반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