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테크가 독일 엑시트론의 미국 반도체 증착 장비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 유력 장비 사업군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중국 자본이 엑시트론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진테크는 14일 미국 자회사 '유진테크놀러지Inc'의 엑시트론 미국 장비 사업부문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유진테크는 유진테크놀러지Inc가 발행하는 신주 600만주를 670억3200만원에 인수한다. 납입일은 15일이다. 유진테크는 “엑시트론 미국 반도체 증착 장비사업 양수를 위한 유상증자”라고 설명했다.
유진테크는 지난 5월 엑시트론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로부터 인수를 승인받고 추가 실사를 거쳐 거래를 종결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엑시트론은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핵심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로 성장한 회사다. 2004년 7월 화학기상증착(CVD), 원자층증착(ALD) 장비 사업을 펼치던 미국 지너스를 인수, 일반 반도체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유진테크가 인수한 미국 엑시트론 사업 부문은 바로 옛 지너스에서 출발한 법인이다.
엑시트론 CVD와 ALD 장비는 메모리 생산 공정에서 각각 텅스텐 전극 형성, 고유전율(하이-K) 물질 증착용으로 활용된다. 유진테크 주력 장비는 웨이퍼 위로 산화막이나 절연막을 형성하는 저압화학기상증착(LPCVD)기로 엑시트론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군과는 겹치지 않는다. 엑시트론 미국 반도체 장비 사업 부문은 주로 삼성전자와 거래해 왔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엑시트론 증착 장비 사업으로 유진테크는 내년 600억원에 이르는 추가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면서 “유진테크는 내년 연결 기준 2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 매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엄평용 유진테크 대표는 반도체 시장 성장세와 투자 확대 움직임이 꾸준한 가운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인수를 추진했다. 지너스와 엑시트론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최은숙 영업총괄 사장도 이번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유진테크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5월 1만7000원대이던 주가는 최근 2만2000원~2만3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유진테크 관계자는 “엑시트론 반도체 증착 장비 사업 편입을 통해 제품군, 고객군 다각화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2000년에 설립된 유진테크는 지난해 매출 1410억원, 영업이익 364억원의 실적을 각각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은 대략 반반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