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시 과제제안서(RFP)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작성한다. R&D 과제의 연차 평가는 폐지하고, 중간 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비와 목표를 조정한다. 기초연구 과제는 성공·실패를 판정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제31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R&D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혁신방안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제안한 '알프스(알앤디프로세스혁신) TF'가 마련했다. 연구자 중심 R&D 환경 조성을 위해 설문, 공청회 등을 거쳤다. R&D 사업기획, 과제 선정·평가, 성과 보상 전반을 다룬다.
사업 기획 절차에 RFP 요건 검토제를 도입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RFP를 작성하도록 하고, 나머지 사업은 공고문과 안내서가 RFP를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그 동안 RFP가 지나치게 상세해 경쟁률이 거의 없는 과제가 발주되고, 연구자 창의성을 제약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업 기획에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형 기획'을 활성화한다. 온·오프라인 집단 토론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여러 연구자가 난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경쟁형 R&D'를 확대한다. 우수 연구자는 후속 지원한다.
과제 선정 평가 때 평가위원 명단과 종합의견은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다양한 외부기관에서 위원을 추천받고, 무작위 선정법도 도입해 과제 선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회계연도 시작 전 과제를 공고해 2~4개월 평가 기간을 보장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한 연차평가는 폐지하고, 연구보고서로 대체한다. 중간 평가를 실시해 과제 중간에도 연구비와 연구 목표 조정을 가능케 한다. 기초연구 과제의 최종 평가 때는 성공·실패 판정을 없앤다.
연구자가 목표를 조기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수 성과가 나오면 후속 지원하고, 다른 분야 연구도 허용한다. 다년도 협약·연구비 도입을 검토한다. 매년 연차 협약을 체결하면 연구자의 행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율성 강화를 틈탄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공동관리규정)'을 개정해 평가관리자, 평가위원의 금품 수수·부정 행위 제재 조치를 마련한다. 연간 50억원 이상의 대형 과제 평가위원은 명단을 사전 공개해 견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혁신방안은 과기정통부 관할 기초·원천, 정보통신기술(ICT) R&D에 우선 적용한다. 범 부처 차원의 R&D 제도 혁신방안은 과기혁신본부가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한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R&D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개선으로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