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 성공…복지부 생체이식 규정 개정

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 성공…복지부 생체이식 규정 개정

국내 의료진이 부모 폐 일부를 떼어내 딸에게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에 성공했다. 그간 생체 장기 이식은 간이식 등 일부 장기만 국한됐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잃은 오화진(20·여)씨에게 아버지 오승택(55)씨와 어머니 김해영(49)씨 폐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오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증상을 경험한 뒤 병원을 찾았다가 '특발성 폐고혈압증'으로 진단받았다. 이 병은 폐동맥 혈압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심장기능까지 떨어진다. 지난해 7월에는 심장이 멎기도 했다. 심장마비 발생 후 생존할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폐이식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뇌사자에게 폐를 기증받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기다린다.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뇌사자 폐를 기증받기 위해 폐부전 환자가 대기하는 기간은 평균 4년이었다. 아산병원에서는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기환자 68명 중 32명이 사망했다. 아산병원 생체 폐이식 성공으로 폐부전 환자 생존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생체 폐이식이 불가능했다. 현행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신장, 간,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등 6개 장기만 생체이식이 가능하다. 폐이식은 뇌사자 폐를 받아야 한다.

오씨 부모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아산병원은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등에 소속된 50여명 의료진을 동원해 지난달 21일 아버지 오씨 오른쪽 폐와 어머니 왼쪽 폐 일부를 딸에게 이식수술을 성공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체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게 돼 기쁘다”며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법을 제시한 중요한 수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생체 폐이식은 일본, 미국 등에서는 활발히 이뤄진다. 일본은 1년, 3년, 5년 생체 폐이식 생존율이 각각 93%, 85%, 75%다. 국제심폐이식학회의 폐이식 생존율보다 우수한 성적이다. 이미 생체 폐이식 수술 의학적 효과성, 안전성을 인정받아 생체 폐이식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생체 폐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례 이상 보고된다. 수술에 참관한 일본 히로시 다떼 교수는 생체 폐이식 수술을 연간 10건 이상 시행한다.

국내에서 생체이식 규정도 개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이식윤리위원회를 열어 수술을 허용하고 빠른 시일 안에 생체이식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