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7조원 인공섬 사업 중단 왜?...생태계 보호 '이례적 조치'

중국 남부 휴양지 하이난도
중국 남부 휴양지 하이난도

중국 정부가 고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 공사를 중단하는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하이항(HNA)그룹이 하이난성 산야시 해변에 짓던 10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의 인공섬 건설 공사를 최근 국가해양국 지시로 중단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하이항그룹은 인공섬에 활주로 4개와 터미널 3개를 갖춘 공항을 건설해 급증하고 있는 하이난도 관광객 수요에 대처할 계획이었다.

인공섬 건설이 중단된 것은 '자연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단체가 제기한 개발 반대 요구 때문이다. 이 단체는 인공섬 건설이 인근 흰고래 서식지와 산호초를 파괴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건설사업도 환경 영향 평가를 받지 않는 등 법규를 어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해양국은 최근 답변서에서 '기술 평가, 여론 수렴, 청문회 개최 등 여러 경로로 해당 사업에 문제가 있다 점을 발견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환경 영향 평가 승인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공사 재개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중국에서는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만으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이번 조치는 보기 드문 일로 여겨지고 있다.

거펑 자연의 친구들 간사는 “중국 행정기관이 민간단체의 이의 제기에 이처럼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최고 지도부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경제 성장 못지않게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도 대기 질 개선과 오염시설 폐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