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자수성가형 기업 위한 정책 펼쳐야”…부총리 “최대한 반영”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상속형'이 아닌 '자수성가형' 기업을 위한 정책 추진을 정부에 제언했다.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가 필요하며, 서비스산업은 진입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언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이런 내용을 담은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경제현안을 진단하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학계·컨설팅사·시민단체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제언집을 제작했다. 제언집은 △경기하방 리스크 △산업의 미래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부문에 대한 현장 목소리와 경제 전문가 의견을 담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가 '혁신의 각축장'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젊은 자수성가형 기업 육성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컨설팅 업체는 “혁신하지 않는 늙은 기업을 보호하는데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며 “잠재력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가도록 정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5.9%가 자수성가형 기업이고 74.1%는 상속형이다. 자주성가형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 78개국 중 최저 수준이고, 평균(69.6%)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98%), 영국(93.6%), 일본(81.5%), 미국(71.1%) 등 주요 국가는 자수성가형 비중이 상속형보다 크게 높았다.

우리나라 규제혁신 수준은 여전히 낮으며, 네거티브 규제(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규제 적용에서 제외)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국정 주요과제로 규제개혁이 추진됐지만 혁신적 기업의 창업은 아직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서비스산업 진입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서비스는 공공재라는 인식 때문에 제 값을 못 받는 것 △기득권으로 점철된 높은 진입장벽을 꼽았다.

경제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지원 대책은 '연명'이 아닌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수출이 좋아져도 대기업은 협력업체나 근로자에게 제대로 된 수익 배분을 하지 않고, 시장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절감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한다”며 “이것이 편중화 원인이자 중소기업 역량개발 의지를 꺾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과거에 해오던 방식을 바꿔야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고, 방향은 알지만 이해관계자 저항에 부딪쳐 못하던 부분이 있다”며 “이제는 백지상태에서 검토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창업기업, 벤처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대기업 모두 혁신성장의 주역이다. 같이 마음을 합쳐서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다른 경제팀에 공유해 시사점을 찾고 의논하면서 제언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