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클러스터 경쟁력, '협업'에 달렸다

오송 첨단의료산업단지 전경
오송 첨단의료산업단지 전경

국가 바이오 클러스터 개편 목소리가 높다. 유사·모호한 역할을 재정립하고, 클러스터 간 유기적 협업 체계를 위한 연합전략이 요구된다. 정부 역시 제한된 자원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클러스터의 클러스터화'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1일 정부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클러스터 구축·운영 전략 재검토 필요성이 커졌다. 바이오 클러스터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유사·중복 투자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부족한 역량을 메울 클러스터 간 협업체계 구축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다.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R&D)부터 상업화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단계별로 강한 협업이 요구돼 물리적으로 밀집된 클러스터는 시너지 창출에 용이하다. 오송(바이오의약품), 대구·경북(화합물 의약품), 원주(의료기기), 송도(의약품 생산), 대덕(기초R&D), 판교(바이오 벤처) 등 수십 여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운영 중이다. 경기도 광교, 김해, 완도, 함양, 제주 등도 바이오 헬스케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한다.

클러스터 활성화에 따른 성과는 기대 이하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유일한 성공 모델로 평가된다. 송도에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ST 등 국내 대표 바이오·제약사 생산기지와 GE헬스케어, 올림푸스, 머크 등 글로벌 기업까지 입주했다. 수출 항만에 최적화된 입지, 국내 대표 바이오헬스 기업 입주, 바이오 의약품 생산이라는 명확한 역할이 성공 요인이다.

오송,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설립 초기부터 두 기관 간 유사·중복 투자, 자생력 부족문제 등이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도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점, 유사·중복 운영에 따른 정체성 불명확 문제 등이 지적됐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다. 바이오 클러스터 대부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된다. 본연 역할이 기업 지원이다 보니 자체 수익사업 비중이 낮다. 지역 대학, 기업, 연구소 등과 연계할 자원도 부족하다.

오송과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정부가 성과 부족 등을 이유로 2055년까지 55% 자립도를 요구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이 줄면서 생존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클러스터 간 경쟁까지 유발된다. 유사, 중복 논란이 해소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정부가 자생력 확보를 주문하지만 수익을 창출할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생존방안에 몰두하다보니 연구기관, 클러스터 간 협업도 제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경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경

클러스터 역할 논란과 생존 방안 모색을 위해 클러스터 간 협업이 요구된다. 수도권(송도, 홍릉, 판교, 광교), 충청권(오송, 대덕), 강원권(원주), 대경권(대구) 등 지역별로 클러스터 현황과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역할에 따른 정부 지원 효율화가 필요하다. 2차적으로 지역권 클러스터 간 협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승준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제한된 자원과 밀집된 클러스터 위치를 고려할 때 새로운 시설을 짓기보다 연계·협업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 “유사, 중복된 임무를 재편하고, 부족한 부분은 클러스터 연계로 해결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성과를 측정한 도구 마련도 필수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인력, 투자, 시설보유 현황 등을 분석해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 데이터 수집조차 못해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 정부도 단순 인프라 투자보다 클러스터-클러스터, 클러스터-연구기관 간 협업을 위한 공동 과제 발굴에 나서야 한다.

선 이사장은 “국내 클러스터와 연구소, 클러스 간 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무조건 지원을 줄이기보다 클러스터 본연 역할을 위해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 발굴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