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문화예술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있는 다양한 능력 가운데 창의성이 필요한 음악·미술 등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소설가,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 등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쉽게 대체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모든 인기곡을 분석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고, 이 곡을 전자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연주한다고 생각해 보라. 또 모든 그림과 사진을 분석해서 인간이 보고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거나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어를 입력해서 이를 자료로 해 추상화도 만들고 심지어 3D프린팅을 이용해 창의 작업인 조각까지 해낸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문화예술계가 더욱더 힘들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문화예술 생산 측면에서 해외에선 이미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이용,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미국 뉴욕 패션 행사인 메트갈라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케사와 IBM 왓슨이 협업해 '코그니티브 드레스'를 시연해 보였다.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마르케사팀은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다섯 가지 감정인 기쁨·열정·즐거움·격려·호기심을 결정하고, IBM 왓슨이 마르케사 디자인 이미지를 수백장 학습해 브랜드 스타일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러한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색상을 제시했다.
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구글 '마젠타 프로젝트'는 구글이 영국 딥마인드와 협력해 악기 약 1000점과 곡 30만편이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AI에 학습시켜서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80초 정도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융합형 콘텐츠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를 가졌다. AI 개발자와 공동으로 음악을 작사, 작곡한 '몽상지능'이 연주됐다.
미술 분야에선 구글의 AI 화가 딥드림이 그린 그림이 1억원에 낙찰됐다. 딥드림은 주어진 이미지로 트레이닝 후 재해석한 것을 표현하는 추상화가로, 구글의 합성 알고리즘 인셉셔니즘을 이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렘브란트미술관, 네덜란드 과학자가 공동 연구해 개발한 AI 프로제트 '넥스트 렘브란트'는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의 화풍을 재현한 초상화를 만들어 냈다.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렘브란트 작품 300점 이상을 분석해서 데이터를 얻은 후 3D프린터로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모방한 그림을 출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그림은 렘브란트가 자주 사용한 구도, 색채, 유화 질감까지 재현해 냈다. 이렇게 하면 빈센트 반 고흐와 이중섭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도 IBM 왓슨이 AI를 다룬 공상과학(SF) 스릴러 '모건'의 예고편을 제작했다. 이를 위해 왓슨은 100여편의 공포영화와 예고편을 직접 분석해서 '모건'의 관객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10여개 장면을 6분 만에 추려내 내용은 물론 음악, 음향 효과까지 관객이 무서울 만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적용되고 있다. 음악이 있는 벤치에서는 앉은 사람의 기분에 따라 우울한 사람이 앉아서 신청하면 거기에 맞는 힐링 음악이 나오고, 사랑하는 사람이 앉으면 사랑에 관련된 음악이 나온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4D 차원으로 감상할 수 있고, 장애인이나 아마추어가 AI를 이용해 가상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고 대가의 그림에다 자신의 구상을 합성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으로 일부 상류층 사람들만 즐겨 먹던 스파게티가 수작업으로 조금씩 생산되던 면을 증기 시스템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게 됨으로써 이탈리아 국민의 주식이 되고 세계 기호음식이 됐다. 면을 만들던 소규모 공장의 우려보다는 다양한 재료와 예술 감각의 창의력으로 사람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은 면 생산자, 식당 경영자, 셰프의 에코 시스템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우려보다 핵심 기술을 더욱 적극 활용해서 새로운 창작 시스템을 만들어서 새로운 한류 기반을 마련해 산업 기반을 확대시키고, 이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을 줘야 한다. 바쁜 경영자가 인문학을 넘어 문화예술로 성악, 사진, 기악 등 본인이 직접 참여해 즐기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생긴 여유 시간을 로봇이나 AI 스피커를 이용,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를 찾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게으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임규관 스마트윌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kklim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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