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세탁기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월풀이 한국 세탁기 때문에 미국 산업이 피해 받는다는 주장과 상반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권고에 따라 한국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이 발효되면, 제품 가격이 높아져 미국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 받을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력 소비자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는 800달러 이하 '최고 세탁기' 모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대거 소개했다. 고성능 톱로더(문이 상단에 배치된 일명 '통돌이') 세탁기 6개 최고 제품 가운데 LG 세탁기가 2종 포함됐다. 최근 수요가 큰 프론트로더(문이 앞쪽에 배치된 일명 '드럼') 세탁기 12개 가운데 LG 세탁기 3종, 삼성 세탁기가 2종 이름을 올렸다.
주요 세탁기 성능과 가격을 비교 분석하는 전체 순위에서도 삼성과 LG세탁기는 최상위에 올라있다. 컨슈머리포터가 평가한 고성능 톱로더 세탁기 상위 가운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다. 10위권 안에는 한국 세탁기 6종이 들어있다. 드럼 세탁기에서는 삼성 5종, LG 2종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내 최대 소비자단체인 미국소비자연맹에서 1936년부터 발간해온 제품 평가 매체다. 유료 구독자 수가 700만명을 넘는다. 그만큼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가 소비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세탁기 시장 트렌드도 한국 제품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통돌이 세탁기나 교반기식 세탁기가 주를 이뤘다. 최근 프리미엄 가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드럼 세탁기 수요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 900달러이상 드럼 세탁기 시장(상반기 기준)은 LG가 1위, 삼성이 2위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도 드럼 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면서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전략을 앞세운 삼성과 LG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 호평에도, 세이프가드가 발효되면 한국 세탁기 가격은 급등한다. 컨슈머리포트가 추천한 800달러대 세탁기도 1200달러 이상으로 뛴다. 한국 세탁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가격 때문에 선택권을 제한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한국 세탁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세이프가드로 관세가 붙는다면 소비자는 한국 세탁기를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월풀이 미국 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와 계열 체인 K마트는 내부적으로 월풀 가전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월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 합리적 가격으로 제품 판매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