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카드 사옥 10층, 회색 후드티를 입은 현대카드·캐피탈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했다. 신입직원이 모여 만든 슈퍼루키팀부터 개발자, 감사부 직원에 이르기까지 별도 팀을 꾸려 '이색 디지털 사업'을 회사에 제안하기 위해 현장에 모였다. 금융사 최초 해커톤 참가자들이다.
2017 현대카드 해커톤 대회가 지난 23일 본사에서 열렸다.
금융사 최초로 지난해 제 1회 해커톤 대회를 개최한 현대카드는 올해 행사 외연을 넓혀 전 직원 대상으로 디지털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위크'를 함께 개최했다.
해커톤(Hackathon)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개발자와 기획자·디자이너가 협업해 24시간 동안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행사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현대카드 해커톤은 금융사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해커톤에는 총 12개팀 62명의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직원들이 참가했다. 화물주차 공유앱, 소셜데이팅 앱, 디지몽카드, 온라인 의료플랫폼 구축, 카드 사용내역 FDS, 네 카드를 읽어주마 등 IT와 금융을 융합한 이색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구현됐다.
슈퍼루키 팀은 올해 신입사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나온 팀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속 캡쳐화면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핵심 정보를 가공해주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업무를 같이 하는 팀 동료가 뭉치기도 했다. '믿을맨'팀은 금융 관련 업무를 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불편함을 디지털로 풀어 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예선을 거쳐 이번 결선 무대까지 올랐다. 디지털과 무관해보이는 감사팀 동료가 함께 나오기도 했으며, 평소 라이브러리 시리즈를 즐겨 이용하던 직원이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 현대카드 해커톤은 디지털 관련 종사자 외 일반 직원들의 참여가 확대됐다. 실제 업무와 일상에서 겪고 고민했던 문제를 디지털로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직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지난 달까지 접수된 1차 아이디어 수는 200여개에 달했다. 이 중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12팀이 이날 결선의 무대에 올랐다.
아이디어를 실제화하기 위한 디지털 방법론은 회사가 도왔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개발과 관련된 기초 교육부터 코딩과 앱/웹 서비스에 대한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또 회사 내 개발자와 디자이너까지 함께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했다.
각 팀 앞의 화이트 보드에는 브레인스토밍의 흔적이 역력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각종 수식과 새로운 단어들이 여백을 채워갔다. 24시간이라는 장기 레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얼굴에는 과도한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코딩에 몰입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다른 조의 테이블을 기웃거리며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 해커톤 행사는 참여 임직원에게 과제가 아닌 축제처럼 보였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실제화되고 있었다. 카드 정보를 활용한 소셜 데이팅 앱을 만들기도 했으며, 카드 실적과 혜택을 게임에 연결시킨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의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하고 새로운 생각으로 다르게 보는 아이디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단어들이 후드집업을 입은 현대카드 해커톤 선수들에 의해 눈 앞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금융사에서 마주한 적 없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최종 우승자는 24일 가려진다. 우승팀에게는 실리콘벨리 인사이드 트립 기회가 주어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해커톤의 본질인 디지털 아이디어는 더 이상 I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디지털 DNA를 금융에 입혀 실제 업무와 일상에서 겪고 고민했던 문제를 디지털로 발현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