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48기에 맞먹는 신규 태양광 30.8GW, 풍력 16.6GW 건설을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한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감축에 따른 대규모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재생에너지 부지 확보는 물론 에너지 간헐 중단 문제 극복까지 난제가 많아 계획 이행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 설치 환경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 타 에너지원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안정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30.8GW, 풍력 16.6GW, 수력 0.3GW, 바이오 1GW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까지 단기 계획으로 12.4GW 설비를 구축하고, 이후 2030년까지 나머지 36.3GW 설비를 완성시킨다. 국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 6%대에서 20%를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국무총리실이 전체 계획 이행을 총괄한다. 산하에 민관공동협의체를 구성한다. 관련 부처, 공공기관, 민간 등 3개 추진 주체별로 매달 이행 사항을 점검한다. 산업부가 정부 부처와 민간 부문을 확인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력그룹사,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선 부문에는 태양광 용도 농지 일시 사용, 주민 동의 시 이격 거리 제한 금지 등 입지 규제 해소와 함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신재생의무할당제도(RPS)를 결합한 신규 제도 등도 담길 전망이다. 그동안 다음 달로 이월만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도 현금으로 정산 받는 길이 열린다.
전체 48.7GW 가운데 절반인 24.1GW가 신재생 복합단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나머지 설비는 농가 태양광 15GW,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 7.5GW, 주택·건물 등 자가용 확대 2.1GW로 각각 구성된다.
3020 계획의 성공 관건은 재생에너지 설비 부지 마련이다. 대한민국 국토 특성상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구축할 부지가 부족하다. 태양광과 풍력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간헐 중단 문제도 큰 문제다.
친환경 차원이지만 재생에너지 단지가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도 서남해 등지의 풍력 단지 건설을 두고 갈등이 반복됐다. 계획과 달리 부지 확보 과정에서부터 현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해외 전문가도 한국의 무리한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날 방한한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한국, 대만, 일본 등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면서 “한국 정부가 원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과학)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 전 장관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다.
국내 발전 업계는 계획 자체가 공기업 쪽으로 쏠려 있다는 반응이다. 3020 계획의 일환으로 실행될 10대 프로젝트의 추진 주체는 공기업 일변도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재생에너지 시장이 대규모 집적단지, 공기업 중심 등 기존 화석연료 발전 시장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에너지 시장도 공기업 판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공기업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기업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상을 확대하면 한국전력공사의 지출 비용이 늘어난다. 이는 전력 그룹사의 경영 환경 전반에 걸친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