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애플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애플 전용 라인을 만들어 OLED 수급에 메말라 있는 애플을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근 BOE 임원진이 애플을 방문, 이 같은 사업 전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양사 계약이 성사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애플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추가 공급사로 거론되던 상황이어서 BOE가 변수로 떠올랐다.
2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OE는 중국 쓰촨성 ?양시에 마련한 B11과 현재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 B12를 애플 전용 라인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세하게는 BOE가 B11에서 플렉시블 OLED를 70%, 폴더블용 패널을 30% 비중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B12 라인에서는 플렉시블과 폴더블 패널을 각 50% 비중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B11은 청두 B7에 이은 BOE의 두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이다. 총 465억위안(약 7조90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6월부터 주요 전 공정 장비 발주가 시작됐다.
B12 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충칭에 들어서는 게 유력하다. BOE는 B11과 B12 라인 투자를 함께 저울질해 왔다. 이미 내부에서 B12를 위한 별도 팀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BOE는 B11과 B12의 구축 내용을 애플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요구에 따라 결정된 투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OE가 애플에 적극 구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애플 공급사로 선정되려면 애플이 요구한 장비와 기술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샘플을 생산해 여러 차례 성능과 품질 테스트를 거쳐 최종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긴 과정도 필요하다. BOE가 애플 입맛에 맞게 생산 라인을 꾸리더라도 최종 합격을 받지 못하면 공급이 불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BOE의 움직임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긴장시킬 요소다. 애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를 독점으로 공급 받고 있다. 의존도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새로운 플렉시블 OLED 공급사를 찾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추가 공급사 후보로 LG디스플레이가 거론돼 오다가 BOE와의 경쟁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BOE와 애플 계약이 성사되면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단숨에 선두권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BOE가 애플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는 알려진 바 없었다. BOE가 플렉시블뿐만 아니라 폴더블 OLED 생산까지 목표를 잡은 점이 주목된다. 폴더블은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차세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구현하는 필수 기술로 관심 받고 있다. BOE는 패널을 안쪽으로 접는 '인폴더블',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더블' 방식 모두 연구개발(R&D)하며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BOE의 OLED 기술력은 국내 삼성이나 LG에 비해 부족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가운데에는 완성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BOE는 최근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달 제품 출하 기념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BOE는 행사 당시 아이폰Ⅹ의 노치컷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패널 시제품을 전시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 OLED가 품질과 생산량에서 국내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적극 투자로 추격하고 있다”면서 “애플 공급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