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ES에서 전략 제품 공개 최소화 검토

삼성전자가 내년 CES에서 신제품을 최소한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요 제품 콘셉트와 기술은 보여주되 모델 종류와 공개 범위 등은 줄이는 방식이다. 중국 등 해외 업체가 전시회 출품 제품을 모방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기 때문이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8'에서 TV 등 전략 제품을 축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할 제품 종류와 범위 등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최종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연초에 열리는 CES는 많은 기업이 전략 제품을 공개하는 신기술 경연장이다. 삼성전자도 매년 전략 제품을 공개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선도업체들이 전시한 제품을 중국 등 외국 기업이 베끼는 행태가 반복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시회가 개막하면 카메라와 줄자를 들고 오는 외국 기업 관계자들이 엄청나다”면서 “구석구석까지 정밀하게 측정하고, 얼마 후에 유사한 느낌의 제품을 베껴서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전은 CES에서 공개한 뒤 곧바로 출시하기 때문에 모방 제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TV는 1월 초 CES에서 공개한 뒤 글로벌 출시까지 3~4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경쟁사가 제품 콘셉트를 베끼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더 프레임'을 공개한 뒤 외국 제조사가 액자형 TV를 잇달아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 CES에서 전략 제품 공개 최소화 검토

TV의 경우 화질 경쟁에서는 중국 등 후발업체와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디자인 등 부가 요소는 후발업체가 단기간에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 TV'를 표방하면서 소비자 편의성 강화와 디자인을 강조하는데, 이를 모방하는 시도가 늘어났다.

최근 주요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는 삼성전자 전시 방향도 특정 제품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전시 방향은 특정 제품을 앞세우기 보다는 삼성전자 제품을 통해 소비자 일상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내년 CES에서 전략 제품 공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