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지난 16년을 돌아보면 국가와 사회가 길러 낸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많은 선배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좋은 제도와 혜택을 받아왔다는 것에 감사한다. '누려온 것에 대한 나의 의무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될까 해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분과인 과학기술혁신위원회에 속해 몇 번 토의에 참석했다. 무엇보다 여러 검증 단계와 각계 의견을 통해 정제하는 과정이 마련됐다는 것 자체와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만 이상 실현에 대한 현실이 얼마나 뒷받침해 줄 것인지 여부가 과제로 남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SW) 산업 육성에 관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SW 산업 육성을 위해 입찰 방식을 최저가에서 최적가로 전환해야 한다. 최저가 입찰 방식은 인건비 축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SW 산업에 좋은 인재 영입은 물론 개발자 삶의 질 향상이나 기업의 이익 보전 등 어떤 사항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적가 낙찰제로 전환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입찰 가격 표준편차 절대값 가산제'를 제시한다. 이는 입찰자가 소신에 입각한 가격을 제시하도록 하고, 반면에 평균값을 의식해 과도하게 고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막아 정부·기관에도 부담을 덜어 줄 것이다.
둘째 외산 SW의 악의성 덤핑을 방지해야 한다. 외산 업체가 한국 업체와 경쟁할 때나 초기 시장 진입 시 가격 덤핑으로 한국 경쟁사 고사 작전, 이른바 '말려 죽이기' 방식을 사용한다. 한국 경쟁사가 고사 후 독점 환경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고가 정책으로 전환해 그동안 손해를 만회함으로써 그 이상의 폐해를 가져온다. 분리발주 정책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외산 제품 표준가격 또는 지난 납품가격 표준에서 적정 이격을 산정해 제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벤치마킹 테스트(BMT) 의무화를 준수해야 한다. 보통 BMT 점수 최하점 이상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력으로 선정하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국 제품도 BMT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특정 분야 제품은 이미 세계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으며,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매 결정 실무자는 입찰 제안 시 BMT를 꼭 수행하기 바란다.
넷째 제안요청서에 독소 조항을 둠으로써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관행은 타파해야 한다. 특정 조항을 삽입한 것에 강력한 조치와 더불어 제안요청서 전에 의견 수렴 공개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 의무화는 나비 효과처럼 작은 실행이지만 SW 산업 전체에 거대한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과 SW 산업은 클라우드 산업과 그 궤를 함께한다. 이에 따라서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클라우드로 구현하는 보안 가상화는 중앙 서버에 데스크톱을 중앙 집중화하고, 그 연결을 보안터미널 프로토콜(PPTP)을 활용해 유출과 해킹을 막아내는 데 궁극의 목적이 있다. 물리 형태의 망 분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정부가 국산 SW를 소개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와 의견 수렴 공개 마당을 준비해야 한다. 즉 외산 SW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SW 산업과 '일자리 창출 및 인재 양성'은 한 줄기에서 자생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클라우드 산업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 산업을 억압할 것이 아니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SW 산업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백준 틸론 대표 kjun@tilon.com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