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이나 홍채, 얼굴인식과 같이 사람 인체정보를 이용한 생체인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부품연구원이 심전도와 피부패턴 기반 다중생체인증 기술을 개발, 관심이 쏠린다. 외부 노출로 복제 가능성이 있는 생체정보가 아닌 인체 내부 정보를 인증에 활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위·변조에 대한 우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지 주목된다.
주인공은 조영창 전자부품연구원(KETI)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다중생체인증 기술이다. 이 기술은 손목 심전도와 함께 손목 피부의 광학패턴을 읽어내는 것이 기본 원리다.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심전도와 피부광학패턴을 센서로 인식하고 인증에 활용했다.
피부 광학패턴 분석은 이제껏 적용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의 인증 시도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의 피부조직은 표피, 진피, 피하지방으로 구분되는데, 피부 층별 두께와 주름, 모공, 혈관, 근육 등 피부조직 구성 물질의 공간적 분포와 밀도에 개인별 차이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식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원리를 토대로 광원과 디텍터를 매트릭스 구조로 설계한 뒤 광원 파장, 광원과 디텍터 간 거리를 이용해 피부 깊이별 생체광학 정보를 패턴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 기술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 현재 보편화된 지문인식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타인수락율의 경우 0.01%, 본인거부율은 2% 이내다. 타인수락율(FAR)은 미등록자를 등록자로 잘못 인식하는 비율이고, 본인거부율(FRR)은 등록된 사용자를 잘못 거부하는 비율이다. 수치가 지문인식에 뒤지지 않는 만큼 연구팀은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조영창 KETI 박사는 “심전도와 피부광학패턴은 사용자의 센서 접촉에 의해서만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문이나 얼굴, 홍채 등에 대비해 위·변조나 도용이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또 서로 다른 종류의 고유한 생체신호 패턴을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융합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KETI는 이번에 개발한 차세대 다중생체인증 기술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했다. KETI는 기술을 발전시켜 IT기기뿐만 아니라 모바일 페이(핀테크), 스마트카,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인증과 모바일 신분증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다중생체인증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지원한 '타인도용이 불가능한 생체정보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본인 인식기술 개발' 과제 성과물이다. KETI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공동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했으며, 에이치쓰리시스템이 밴드시제품을, 오픈잇이 관련 응용서비스 개발을 맡았다.
생체인증은 스마트폰에 접목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인 AMI(Acuity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식시장은 2014년 16억달러에서 연평균 67% 성장, 2020년에는 3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