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는 아름다운 외계 행성 판도라를 현실 같은 생생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전 세계에서 29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개봉한 지 8년이 됐지만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환상의 행성 판도라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국제 기술 협력이 있었다. 영국 프레임스토어와 판도라인터내셔널, 독일의 바벨스베르크 연구소는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자신의 우수한 기술을 서로 융합해서 탁월한 품질을 보여 주는 특수 효과의 신기술을 단기간에 완성했다. 두 나라의 연구자들이 15개월에 걸쳐 추진한 공동 연구 예산은 18억원이었지만 그 기술을 기반으로 수조원의 수익을 올린 '아바타'가 탄생한 것이다.
산업 기술의 혁신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초연결 및 융·복합 기술 활용으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개방과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서 혁신을 이뤄 내는 협업 문화가 새로운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특성상 혼자 칸막이 속에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다수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으는 방법이 기술 혁신에 훨씬 유리한 방식으로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 기술 협력은 기술 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중요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 파트너와 기술 협력을 하면 상대국의 경쟁력 있는 기술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더 빨리 개발,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국의 다양한 개발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시장이 창출되기도 한다.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서 개방형 혁신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국제 기술 협력 촉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일본·프랑스 등과 기술 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국제 공동 기술 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성공 사례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일본의 효소 단백질 전문 기업과 3년 동안의 공동 기술 개발 끝에 2013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발병률은 높지만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약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캐나다에 35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기술 개발 이후 고용 규모는 두 배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4차 한·프랑스 신산업 기술 협력 포럼에서도 국제 기술 공동 연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와의 기술 협력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에너지 신산업 분야 공동 협력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자율자동차용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관련한 2건의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원천 기술에 강한 프랑스와 상용화에 뛰어난 우리나라가 기술 협력을 통해 신산업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중견기업은 국제 공동 기술 개발에 주목할 필요가 크다. 개별 기업 역량으로는 급변하는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에 벅차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산·학·연까지 협력 대상을 넓히면 더 많은 기술 혁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술 협력에 참여해 신기술과 신산업 창출의 중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도 국내 기업이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찾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국제 기술 협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ungyupaik@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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