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기업 SAP가 KT를 상대로 제출한 국제 분쟁 조정 요청을 취하했다. 양사는 국제 분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최종 합의했다. SAP와 한국전력공사(한전) 간 국제 분쟁 조정은 진행형이다. KT에 이어 한전과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AP는 KT를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요청한 중재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SAP는 올 상반기에 KT가 ERP 제품 감사(Audit)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감사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자사 제품의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SAP는 “계약에 따라 감사 자료를 요청했지만 KT가 불응했다”며 국제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SAP 대기업 고객사 사례로는 처음이다. KT는 “SAP가 기업 기밀 사항까지 포함하는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SAP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국제 분쟁 재판 반 년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KT 측은 “SAP와 전략 파트너십을 통한 우호 비즈니스 협업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최근에 (SAP가 분쟁 조정 요청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SAP가 감사 자료를 요청하며 문제 삼은 추가 라이선스 구매 방식은 아니며, 전략 차원의 합의에 따른 신규 라이선스 구입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는 합의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KT는 SAP 재판과 별도로 SAP 유지보수 서비스 전환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SAP는 연간 20%대의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요구하고 있다. KT는 SAP 대신 유지보수 전문업체와의 계약을 검토했다.
KT는 SAP 주요 고객사다. KT가 SAP 대신 유지보수 전문 업체의 서비스를 도입하면 SAP는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유지보수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 KT를 시작으로 국내 SAP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의 확산 흐름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필요했다. KT 역시 SAP 국제 분쟁에서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패소할 경우 감사 자료뿐만 아니라 추가 라이선스 구매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6개월 만에 '합의'로 사안이 정리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AP와 한전의 분쟁 조정은 진행되고 있다. SAP는 지난해 초 한전을 상대로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국내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첫 분쟁 조정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SAP가 국내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제 재판까지 제기한 경우여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SAP가 KT와 한전 등 잇달아 대형 고객사에 분쟁을 제기한 것은 SAP 라이선스 단속 의지가 강해졌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전이 최종 판결 전에 합의를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SAP 측은 “최근 재판을 진행했고, 내년 6월게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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