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25년 간 양국이 우정과 협력의 물길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25년은 미래 공동번영을 위한 배를 띄워야 할 때”라며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행사에서 “양국 경제협력 패러다임이 새로워져야 한다”며 중국과의 미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관계에 어려움이 있어 경제인 여러분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우정과 신뢰를 다시 확인하고, 모든 분야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한국과 중국 간 갈등 국면을 의식한 말이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 외교 갈등 여파로 중국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강화 등 보복성 정책을 추진했다. 우리 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양국 정부가 관계 복원에 합의했지만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낮은 편이다. 14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계기 실질적이고 폭넓은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상황이다.
이날 행사는 양국 주요 기업인 30여명이 참석한 소규모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600여명이 참석한 '한-중 비즈니스포럼'로 진행됐다. 포럼엔 우리나라 246개 기업과 기관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 김영민 SM 엔터테인먼트 사장,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선 유력 기업인이 대거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중국 5대 자동차 업체인 북경기차의 쑤허이 회장,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리옌홍 총재, 세계 3위 LCD TV 제조업체 TCL의 보롄밍 총재,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 BYD의 왕찬푸 총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의 로빈 쩡 총재,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펑중양 부총재, 중국 1위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황짱지 부총재, 신희망그룹의 왕황 부동사장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200여명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의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3대 원칙과 8대 협력방향을 제시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한 미래 신산업협력, 벤처 및 창업 분야 협력 강화 등이 골자다.
한중 경제장관회의 등 정부 부처간 협의 채널을 열고, 반도체·철강 등 산업별 민간협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양국 교역투자를 전통 제조업에서 프리미엄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양국 사이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협력 강화를 기대했다.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고 설명하면서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최대 생산국임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두 나라 모두 발전된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은 '하이타오족'이 한국의 소비재를 구입하고, 한국의 젊은층은 '티엔마오' '타오바오' 같은 중국 온라인쇼핑몰을 즐겨 이용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의 성공이 곧 양 국가의 발전”이라며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시고, 한국 정부도 힘껏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순방 기간 베이징 경제무역파트너십 행사(14일), 충칭 산업협력 포럼(16일) 등이 열릴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운영 중인 경제협력위원회를 내실화하고, 국제경제교류센터와 새롭게 마련할 협력 채널을 활용해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투자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중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