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창의적 사고만으로는 도태될 수 있단 뜻이죠.”
이상인 '딜로이트 디지털 뉴욕' 디자이너의 주 업무는 비즈니스 컨설팅이다. 산업디자인공학과 출신이지만 디자인 감각뿐 아니라 사업적 감각과 코딩 능력까지 갖췄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략을 제시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디자인 시장도 급변했기 때문이다. 광고 방식이 '체험을 통한 가치 전달'로 바뀌면서 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능력 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상인 디자이너는 “소비자에게 디지털로 어떤 경험을 전달하느냐가 최근 디자인 시장의 화두지만 아직 광고 및 마케팅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지 못한 고객사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도울 수 있는 컨설팅업체가 디자인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기존 디자인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이 융합되는 추세다. 디자이너가 웹 페이지나 앱을 디자인할 때 어떤 사용 편의성을 줄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한다는 뜻이다.
그가 참여했던 월마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프라인 판매에만 주력하던 월마트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에게 역전당하면서 업무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인 디자이너는 월마트 IT부문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피칭하고 진행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결재 과정이 서류로만 진행되던 이전과 달리 업무 프로세스가 훨씬 효율적으로 변하게 됐다.
미국 피자 프랜차이즈 '파파머피'의 온라인 음식 주문 시스템에 필요한 UI/UX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대학교 졸업 당시만 해도 UI/UX 관련 과정은 없었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에의 '마중물'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계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적 사고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그는 “중국 텐센트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로 세계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UX 디자인의 '위챗'을 개발해냈다”면서 “그에 비해 국내 기업은 하드웨어적 사고에 많이 갇혀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인 디자이너는 본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한인예술가 모임 K/REATE 대표로 태극기 이미지를 모아 제작한 '8.15 부채'를 제작했으며, 글 공유 플랫폼 '브런치'에 미국 취업과 관련된 글도 기고한다. '디지털 광화문'을 표방하는 정치 소통 앱 '판킹'을 개발하기도 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