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로레이팅(데이터사용료 면제)' 서비스에 사전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
과기정통부는 '미국·유럽연합(EU) 망중립성 정책 동향과 주요 이슈' 설명회에서 제로레이팅에 대한 입장을 이 같이 밝혔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제로레이팅은 기술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면서 “특정 잣대로 사전 규제하지 않고 시장 발전 정도를 지켜보며 사후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불합리한' 트래픽 관리와 서비스 차별을 금지한다. 제로레이팅은 요금을 면제하는 형태로 제공돼 기술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다. 현 단계로는 지나치게 불합리한 서비스 차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는 국회의 제로레이팅 금지 논의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금지' 사전규제 조항을 신설하고, 차별 유형에 제로레이팅을 포함하려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제로레이팅에 대한 사회적 찬반 양론과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시장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제로레이팅 서비스 활성화 과정에서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 과장은 “이통사가 자회사에만 제로레이팅을 허용한다거나 특정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등 경우에 대해 현재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면서“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는 규제가 명확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사안별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콘텐츠사업자가 소비자 대신 데이터사용료를 부담하는 제로레이팅 특징을 두고 망중립성 위배 논란이 지속됐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통신비 절감을 위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는 거대 사업자에만 유리해 망중립성을 위배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통사는 제로레이팅을 지지하지만, 오픈넷 등 콘텐츠 사업자는 제로레이팅을 반대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중립성 정책 폐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남의 나라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논쟁의 핵심은 고시 개정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ISP) 지위를 커먼캐리어(기간통신사업자)에서 정보서비스제공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로 낮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위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상 초고속인터넷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 지위와 사전 규제항목이 명확하게 규정되는 등 법체계가 달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제로레이팅 데이터사용료 면제 현황(2017년 9월/자료: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