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빅데이터 '족쇄' 분다...국가 프로젝트 추진

연세세브란스병원 관계자가 의료정보실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변을 확인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연세세브란스병원 관계자가 의료정보실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변을 확인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정부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개인 정보 보호 규제에 저촉되지 않은 공통데이터모델(CDM) 기술을 적용, 연구·상업화 용도로 빅데이터를 개방한다. 보건의료 영역 빅데이터 '족쇄'를 풀 시발점으로 기대된다.

18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5년 동안 103억원을 투입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주요 의료 관련 공공기관 빅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연계해 연구 목적으로 제공한다. 대상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이다. 각 기관의 빅데이터를 표준화, 비식별화, 암호화 작업을 거쳐 공개용 데이터마트(가칭)로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마트는 이용자, 데이터 종류 등을 구분해 △데이터 완전 공개 웹사이트 △맞춤형 데이터셋 요청 웹사이트 △폐쇄형 자료 공간 저장으로 차등화한다.

핵심은 '분석자료 공유·활용 네트워크'다. 연구자가 분석을 의뢰하면 원 데이터가 아닌 통계·처리·분석한 결과 값만 제공한다. 예를 들어 'A약을 복용한 지 3개월 내 부작용을 보인 비율'을 요청할 경우 X, Y, Z 병원별 분석 결과를 취합해서 통계치만 공유한다. 병원이 보유한 원본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데이터 관리를 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 제정, 국민신문고를 통한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한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기존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체계는 연구를 위해 원 데이터를 받아 개별 분석했는데 플랫폼이 구축되면 연구자는 필요 데이터와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SW)만 제공하면 된다”면서 “법규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연구 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내년 복지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선행 CDM 기반의 분산형 통합 데이터망 구축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복지부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면 산업부는 병원 내 의료 정보를 표준화해서 민간에 공유한다.

내년 국내 6개 병원을 우선 선정해 데이터를 표준화한다. 대상 데이터는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다. 유전체 정보까지 표준화해 민간에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병원 의료진이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아주대병원)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병원 의료진이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아주대병원)

두 부처는 핵심 기술로 CDM을 적용한다. CDM은 기관이 보유한 의료 정보 구조와 서식을 통일한다. 각기 다른 의료 정보 양식을 통일하기 위해 한 군데 모아서 표준화를 하거나 처음부터 표준화된 양식으로 저장하는 기존의 틀을 깼다. 글로벌 컨소시엄인 오디세이가 제안해 세계 100여개 병원, 기업이 활발하게 데이터를 공유·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아주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7개 병원·기관이 CDM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가 보건 의료 정보를 개방하지만 범위와 상업화 여지는 제한돼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개인 정보 보호, 의료 정보 활용 자기결정권 보장 등 요구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당초 목표보다 사업 예산이 20%이상 감액됐다. 산업부도 실증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사회 분위기를 감안, 정부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두 부처가 연구, 상업화 측면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여전히 공공 연구 영역에 한정한 부분은 장기로 볼 때 민간 기업의 서비스 개발에 활용되도록 창구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