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이 건식분리막과 습식분리막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분리막을 개발했다. 분리막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출력 특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새로운 방식의 분리막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입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에스티(대표 김종식)는 건식과 습식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분리막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전극 간 직접적인 접촉을 막으면서 미세 구멍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키는 역할의 고분자 필름이다.
분리막은 제조 방식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은 폴리머 소재와 용제를 섞어 고온에서 용해해 필름으로 만든 후 다시 용매를 이용해 용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필름에 기공을 형성시킨다. 건식은 폴리머만을 녹여서 필름으로 만들고 연신(늘리는) 공정을 통해 구멍을 만든다.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7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습식분리막은 제조비용이 높지만 기공 크기가 균질하고 구멍이 불규칙적으로 분포해 기계적 강도가 높다. 반면에 이온 통과경로가 복잡해 출력이 낮고 열적 안전성 떨어진다. 정량 출력과 장시간 배터리 성능을 유지해야하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용 소형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건식 분리막은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아 공정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균일한 기공을 만드는 기술 난도가 높다. 대신 고온 안전성이 높고 기공 분포가 직선적이어서 이온전도도가 높아 고출력을 내는데 유리하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건식 분리막이 사용되는 이유다.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인수된 미국 셀가드와 일본 우베가 건식 분리막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유에스티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분리막은 폴리머와 세라믹 분말을 섞어 제조한다. 무기물 입자 주변에 작은 구멍이 형성되게 하고 이를 두 축으로 늘려 구멍을 크게 하는 방식이다. 기공 형성은 습식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균질하고 기계적 강도가 높다. 그러면서 습식공정에 필요한 용제제거 공정이 필요없어 공정비용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폴리머 구조를 유지한 채 연신공정을 해 내열성이 우수하고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에스티 자체 실험 결과 하이브리드 분리막 공극률(porosity)은 60%로 건식(약 40%)이나 습식(27~3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도도 20~30s/100㎖로 습식(800s/100㎖), 건식(300s/100㎖)보다 빨라 출력 특성이 높았다. 습식 분리막이 120~130도 근처에서 녹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 150도 내열성도 확보했다고 유에스트는 강조했다.
유에스티는 하이브리드 분리막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고객사와 접촉하고 있으며 향후 전기차 20만대 분량 배터리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CAPA)을 갖출 예정이다.
김종식 유에스티 대표는 “3년간 연구개발 끝에 전기차 출력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건식과 습식 분리막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분리막을 개발했다”면서 “전기차 확산을 위해서는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생산원가도 낮춰 기존 습식분리막 대비 절반, 건식막과 비교해서도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에스티는 스테인리스 스틸 업체 황금에스티 자회사다.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를 주력으로 하는 철강회사에서 철강, 고분자 중합체(폴리머), 얼로이(합금) 등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회사명을 유스틸에서 유에스티로 바꿨다. 김종식 유에스티 대표는 황금에스티 창업주 김성주 명예회장 아들이자 현 김종현 회장 동생이다.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신영스팩3호와 지난 10월 합병을 결정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내년 2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이 이뤄지면 3월 상장이 이뤄진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