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반도체 노다지

증시에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새해 연말쯤엔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고 반도체 때문에 살아난 수출이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에겐 솔깃한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빚나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요 확장이 앞으로 10년은 더 갈 것이란 예측까지 등장했다. 그런 조짐이 실제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최대 가상화폐 채굴 하드웨어(HW) 업체가 삼성전자에 채굴 전용 반도체를 주문했다. 예전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해서 채굴할 때보다 채굴 속도가 1000배나 빠르다고 하니 채굴 전용 반도체를 많이 쓰게 될 것은 이미 답이 나온 셈이다. 게다가 현재 반도체 설계 기술로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기술이다 보니 원가나 수익률 면에선 더없이 좋은 그림이다.

예전의 반도체 수요 사이클은 PC 교체 주기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기기가 폭증하고 있으며,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정보의 곶간 연결망 어디에도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나아가 스마트홈, 스마트공장 등 생활·산업 인프라와 사물인터넷(IoT) 연결망에 빠짐없이 들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산업·생활의 변화 모든 것이 반도체와 직결돼 있다.

가상화폐가 광풍처럼 요란하지만 가상화폐 채굴용 전용 반도체는 시작에 불과하다. 가상화폐 안에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닥칠 변화의 심연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깊게 만든다. 그만큼 앞으로 반도체 수요는 무궁무진하고, 필요에 따라 쓰임새가 다른 반도체가 만들어져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가 HW 발전과 혁신을 추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인류의 필요성이 반도체를 진화시킬 것이다. HW 중심의 제조 기술 발전에서 필요 중심의 HW 혁신으로 바뀔 것이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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