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 명칭을 유지키로 했다.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보다는 창업 지원을 더욱 효과 높게 하겠다는 정책 판단에서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업계와 다양한 지원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중기부가 명칭 유지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실용주의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기치에도 그동안 혁신센터 이름의 변경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가 사실상 간판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혁신센터 전담 대기업, 센터장, 지방자치단체 등과 차례로 만나 이와 관련된 의견을 받았다”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했지만 이름 논의에 시간을 뺏길 게 아니라 기능 강화 방안 찾기에 집중하기로 중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의 관심은 혁신센터 이름이 어떻게 바뀌는 지에 있었다. 전 정권의 흔적으로 비치는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혁신센터가 3년 동안 운영돼 오면서 이미 많이 알려졌다고 판단, 명칭 변화가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중기부는 이름 논란에 매몰되기보다 혁신센터별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 내실을 다질 방침이다. 혁신센터를 지방 창업 허브로 키운다. 이를 위해 혁신센터별 역할을 일부 조정, 거점화할 계획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의 사물인터넷(IoT)·핀테크·게임에서 자율 주행,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핀테크, 정보통신기술(ICT)로 특화 분야가 변경된다.
대전은 인공지능(AI), 첨단 센서, 전북은 농생명·식품, 서울은 디자인·패션·문화, 포항은 바이오, 인천은 헬스케어·드론 분야가 각각 추가됐다. 부산은 유통, 경남은 기계, 경기는 글로벌, 충남은 특허 서비스 전국 거점으로 육성된다. 서울과 전남 등은 소셜 벤처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는 선봉장을 맡는다.
의사 결정 방식도 바꾼다. 현장 중심으로 탈바꿈한다. 혁신센터 이사회나 지역 혁신창업 협의 등과 활발한 토론을 거쳐 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든다. 지원 체계에도 변화를 준다. 전담 대기업이 주도해 온 지금과 달리 중견·벤처기업, 대학의 참여를 늘리는 등 상생 협력 토대를 마련한다. 지자체가 참가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도 결합한다.
보육·투자 기능도 강화한다. 중기부는 투자 역량을 갖춘 혁신센터 대상 액셀러레이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보육 기업 대상의 후속 지원 프로그램도 체계화해서 구성한다. 기술보증기금과 협력해 혁신센터 전문성도 높인다. 혁신센터마다 서포트 허브를 조성, 스타트업 노무·세무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 같은 개편 방향은 최종안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 의견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면서 “중기부 내 다른 사업과 연계,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최수규 중기부 차관은 “내년부터 혁신센터를 지역 창업 허브로 육성한다”면서 “비록 예산이 조금 깎이긴 했지만 올해 수준 이상의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