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보다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15억4300만대에서 새해 16억285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폴더블 스마트폰' 첫 등장과 인공지능(AI), 생체인식 기술 진화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성장 요인으로 손꼽았다. 인도와 미국 시장 변화도 감지된다.
◇'폴더블폰' 첫 등장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대중화 원년이 2009년이었다면, 올해는 폴더블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폴더블폰 시장 주도권을 잡을 유력한 제조사는 삼성전자다. 해마다 혁신 기술을 선보여온 삼성전자가 올해는 폴더블폰으로 세계인 눈을 사로잡는다. LG전자, 화웨이, 애플, ZTE 등도 경쟁 상대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장(사장)은 “2018년 스마트폰 로드맵에 폴더블폰이 포함돼 있다”며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한 후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폴더블폰은 성장이 둔화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품 업계 변화도 예상된다. SA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올해 270만대에서 내년 1890만대, 2022년에 1억6300만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더블폰은 대화면과 높은 휴대성을 선호하는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마트폰 제조사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였으며, 베젤리스(테두리가 거의 없는) 디자인으로 대화면 스마트폰 완성을 꾀했다. 폰을 접었다 펼 수 있다는 것은 화면을 지금보다 2배 이상 크게 키우면서도 휴대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접히는 부분 내구성과 구부릴 수 없는 부품 등을 설계로 극복해야 한다.
SA는 “폴더블폰이 대중에 친숙한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판매량은 2021년 약 3040만대를 기록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생체인식' 수요 증가
AI와 생체인식은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새해에는 수요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IDC에 따르면, 세계 AI시장 규모는 지난해 125억달러에서 새해 195억달러, 2019년 310억달러로 지속 증가한다. 2020년에는 1132억달러까지 치솟는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는 삼성전자, 구글, 애플이 각각 빅스비, 어시스턴트, 시리를 앞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대만큼 수요가 높진 않았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아직 '터치'에 익숙하고, 음성으로 AI를 실행하는 절차가 그리 간편치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새해 AI 서비스는 '이용자 접근성'과 '언어 확장성' 두 가지가 주목된다. 금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핑 등과 연계된 AI 서비스로 이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국가 언어가 지원됨에 따라 이용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체인식도 관심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에 탑재된 센서 수는 60억개가 넘었고, 2020년에는 100억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저가형 스마트폰에는 지문인식을 기반으로 한 생체인식 기능이 확산된다. 2013년 기준 3%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지문인식 탑재율은 2018년 71%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3D 기반 얼굴인식, 홍채인식 등 기술 고도화가 점쳐진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3D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샤오미와 오포가 중국 트롤리의 3D카메라를 적용한 얼굴 인식 스마트폰을 새해 출시한다”고 전했다. 화웨이도 중국 1위 광학업체 써니옵티컬과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D 적외선 카메라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4600만달러에서 2020년 19억5300만달러로 6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印·美 시장 주목
새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인도와 미국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 진입으로 성장 둔화가 본격화 되고 있는데, 인도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폭발적인 성장으로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2015년을 기점으로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12억 인구가 밀집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져 2020년 판매량 기준으로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줄곧 1위를 지켜온 제조사다. 하지만, 3분기 중국 샤오미(25%)가 삼성전자(26%)를 1%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인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애플은 인도지사 판매 총괄이사를 산제이 카울에서 미셸 쿨롬으로 교체, 시장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 시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새해 1월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 애플을 제치고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샤오미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은 아직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2%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 화웨이와 애플의 점유율 순위를 단숨에 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중저가폰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라인업이 다양한 화웨이가 세계 2위 제조사로 발돋움할 경우 삼성전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