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반도체 업계는 비트코인 '특수'에 큰 기대를 건다. 비트코인 채굴 광풍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문형반도체(ASIC) 주문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 업체부터 JCET스태츠칩팩, ASE, 앰코, SPIL 같은 외주반도체테스트패키지(OSAT) 업계가 늘어난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을 통해서만 발행된다.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 알고리즘을 풀어 특정 조건에 맞는 숫자가 발생하면 일정량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암호 알고리즘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지정한 표준 해시 함수인 SHA-256이다. 채굴기에 탑재되는 ASIC은 바로 이 함수 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용 채굴기 한 대에는 100~200개에 이르는 ASIC이 탑재된다. 중국 최대 채굴기 및 채굴 업체인 비트메인은 하루 평균 4400만원에 이르는 전기료를 내 가며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비트메인 ASIC을 패키징하는 업체 중 하나인 JCET스태츠칩팩은 하루 100만개의 칩 패키징 작업을 해 비트메인에 공급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공급개수는 2100만개로 제한돼 있고, 현재까지 1600만개 이상이 채굴됐다”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채굴량을 선점하려는 중국, 동유럽 국가의 채굴기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기 전용 ASIC 일감을 받은 패키징 등 업계는 단기로 스마트폰이나 서버 수요보다 비트코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 수요가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화폐 분야로도 옮겨갈지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시장을 바라보고 증설 투자를 단행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