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에서 2016년 소득 159억유로(약 20조4036억원)를 법인세가 없는 북대서양의 섬 버뮤다로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 회피 금액만 37억달러(약 3조9400억원)에 이른다. 자세한 조세 회피 금액이 공개되면서 구글에 대한 세계 각국 조세 당국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롬버그, 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들은 구글이 2016년 버뮤다로 소득 159억유로를 이전하는 수법으로 37억달러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구글이 네덜란드 상공회의소에 제출한 문서에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경제지 '헤트 피난시엘레 다그블라트(Het Financieele Dagblad)'가 처음 보도하며 알려졌다. 2016년 구글 소득 이전 금액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구글은 조세 회피를 위해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잡힌 유럽 지역의 수익을 다시 로열티 등 명목으로 네덜란드 법인으로 보낸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간에는 로열티를 원천 징수하지 않는다. 금액은 다시 아일랜드에 등록된 또 다른 구글 자회사로 이동한다. 이 자회사는 아일랜드에 등록됐지만 실제 기업 소재지는 법인세가 없는 영국령 버뮤다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미 2014년 이런 수법을 봉쇄했지만 구글은 2020년까지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수익도 대부분 구글 싱가포르 법인에 모인 뒤 네덜란드 법인으로 보내져 동일한 절차를 거친다. 이런 식으로 세계 각국의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같은 해 구글 글로벌 실효 세율 19.3%를 적용할 경우 조세 회피 규모가 3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구글은 조세 회피 의혹을 부인했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구글은 모든 세금을 내고 있으며, 활동하는 모든 나라에서 세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생태계 성장을 돕는 데 계속 헌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화한 수치 공개로 구글이 받는 조세 회피 개선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에서는 조세 회피를 겨냥, 형평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과세 방식과 달리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매출 발생 기준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소득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도 과세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12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법인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을 해당 국가 세무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체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부터 체제 전환을 시작, 2019년 초까지 마무리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