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토요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코딩 학원. 오후 4시쯤 되자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강의실에 모였다. 코딩학원 입학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학원 총괄 센터장은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학부모들 앞에서 10여분 동안 코딩이 왜 중요한지를 강연했다. “모든 사람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코딩 교육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코딩은 기본 소양이자 필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원은 3D프린터, 아두이노, 로봇 등 최신 설비를 갖췄다. 학생들이 코딩한 내용을 3D프린터로 즉각 출력한다.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반별 최대 정원은 8명이다.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자들이 수업한다. 전기공학, 전자공학 등 소프트웨어(SW)와 연관 분야 전공자도 강사로 참여한다.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은 온·오프라인 테스트를 거친다. 실력별로 분반, 맞춤형 수업을 제공한다.
코딩학원은 지루한 프로그래밍 언어 지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강남뿐만 아니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등 서울·경기 지역 코딩학원은 이 학원처럼 색다르고 차별화한 수업을 제공한다.
정부는 3월부터 중학생 대상의 SW 교육을 필수 교과 과정으로 실시한다. 선택 과목이던 '정보' 교과가 필수 교과로 시행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프라와 교사 전문성, 수업 시간 등 보강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조사한 '2016학년도 초·중학교 교육정보화 실태 조사·분석'에 따르면 중학교 전체 학교 가운데 PC(데스크톱)를 보유한 비율은 62%다. 초등학교(80.9%)보다도 비율이 낮다. 중학교 10곳 가운데 4곳은 올해부터 진행되는 SW 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PC도 노후됐다. 중학교가 보유한 PC 가운데 절반가량(45%)이 구입 시기 4년 이상된 구형 제품이다. 학생 1인당 PC 보유 대수도 0.53대 수준이다. PC 한 대를 두 명이 함께 사용해야 한다. 학원에서 최신 노트북과 3D 프린터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해서 수업할 때 공교육은 PC조차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 교사도 부족하다. 전체 중학교 가운데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를 확보한 비율은 37.2%에 불과하다. 중학교 10곳 가운데 7곳은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가 없다. 이 때문에 3월부터 진행하는 정보 교과목을 한문, 윤리 등 타 과목 교사가 병행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정보 과목의 수업 시수를 확보하려면 다른 과목 시간이 줄어든다”면서 “줄어드는 과목의 교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보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정보 과목이 올해부터 필수로 됐지만 1학년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올해는 교사 부족 등으로 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내년 중학교 2학년부터 가르치는 학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업 교사들은 수업 시간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2015년 교육 과정 개편에 따르면 중학교는 3년 동안 정보 과목을 34시간 이상 필수 과정으로 배워야 한다. 정부가 '34시간 이상'이라고 규정했지만 교사들은 학교가 '34시간'에만 초점을 맞출 것으로 우려했다.
서인순 중등정보컴퓨터교사협회장은 “정보 과목이 선택일 때도 평균 64시간 이상 교육했고, 일부 학교는 100시간 이상도 했다”면서 “교육부나 교육청은 34시간 이상이라고 강조하지만 학교에서는 34시간만 준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 협회장은 “34시간이면 일주일에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데 이 시간이면 학생에게 기본 개념만 알려주고 끝나는 수준”이라면서 “수시 개정을 해서라도 수업 시간을 적어도 64시간으로 늘려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