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디지털 혁신에서 뒤쳐지고 있다. 저축은행 최고금리 인하 정책과 더불어 개인간(P2P)대출, 인터넷전문은행 급성장 등 변화되는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는 물론 향후 생존 자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혁신을 진행중인 다른 금융권과 대비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종이서류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페이퍼리스'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채널 대중화, 모바일, 인터넷에 익숙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창구에서 종이대신 태블릿PC 등을 적극 활용한다. 이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페이퍼리스 업무를 본격화 했다. 또 자사 뱅킹 앱에 생체인증 도입, 부동산 특화 서비스를 더해 앱을 합치거나 쪼개는 등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사 뱅킹 앱 조차 없는 곳도 많다.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페퍼저축은행은 최근에서야 모바일 뱅킹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현재 앱 개발 단계로 올해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전에는 모바일 뱅킹 앱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수익이 나는 구조로 모바일에 대한 수요가 적어 내부에서도 도입에 대해 이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10위권 밖 대부분 저축은행은 뱅킹 앱을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저축은행중앙회 모바일 앱 'SB톡톡'에서 비대면 채널 상품 대부분을 관리한다.
페이퍼리스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저축은행 가운데 페이퍼리스를 도입하고 있는 은행은 없다. 웰컴저축은행이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태블릿 브랜치 등을 시도 하고 있지만 업무 전반 도입과는 거리가 있다.
저축은행이 디지털 혁신에 더디게 움직이는 이유는 주 고객이 고령층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고객은 안정적인 고금리 상품을 따라 움직인다. 오프라인 채널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디지털 혁신보다 기존 서비스 틀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디지털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저축은행대출 최고금리 인하 정책에 더해 개인간(P2P)대출,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혁신을 중심으로 중금리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뛰어들고 있다. 또 모바일 업무에 익숙한 20~4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향후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저축은행은 젊은 소비자를 흡수하기 위해 AI챗봇 도입, 뱅킹앱 등으로 혁신을 도모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 그칠 뿐 아니라 기술 도입 수준도 초기단계”라며 “저축은행 스스로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수익을 쫓다보니 적극적으로 핀테크 분야 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