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이 드론 사업을 재편한다. 드론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생산과 판매는 별도 법인에 위탁한다. 하지만 자체 생산과 판매조직이 사라지면서 사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농업용 드론 등 임무용 드론을 직접 양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테크윈 드론개발팀 출신이 설립한 피스퀘어가 드론 양산과 판매를 맡는다.
피스퀘어는 드론 R&D부터 생산·유통, 국가자격시험 대비 아카데미 운영 등을 주요 사업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테크윈과는 지배구조상 독립된 구조다. 고객사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위탁생산 방식으로 완제품을 양산한다.
한화테크윈은 드론 요소 기술을 계속 연구하며 앞으로의 드론 사업 확대 여지를 열어 뒀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에 드론 R&D 인력은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테크윈이 그동안 양산·판매해 오던 농업용 드론은 피스퀘어를 통해 양산, 판매, 사후관리(AS)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피스퀘어 관계자는 “한화테크윈 임무용 드론 HDA-05A와 교육용 드론 HDE-12E를 유통한다”면서 “고객사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외부 위탁생산을 통해 자체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 측은 “드론사업권의 일괄 양도(이관)가 아니라 영업, 서비스 기능만 위탁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방산 사업, 에너지장비 사업 등 사업 부문별 독립법인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테크윈 R&D센터 산하 로봇개발센터에서 담당하던 드론 관련 개발 업무도 전략 차원에서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테크윈 로봇개발센터는 협동로봇과 서비스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 임무용 드론 시장이 협소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 품목으로 지정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내려졌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된 품목에는 3년 동안 대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제한된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드론 직접 생산 요건을 정비하면서 올해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했다.
드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임무용 드론이 중소기업 간 경쟁 품목으로 지정된 것이 한화테크윈의 사업 축소에 직접 계기로 작용됐을 것”이라면서 “아직 임무용 드론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공공시장이 필수이지만 3년 동안 참여가 제한되면 사업 확장에 받을 심각한 영향을 감지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중소 드론 제조업체에서는 한화테크윈의 사업 축소에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대기업의 드론 사업 축소에 국내 드론 산업이 정부조달 시장에만 치중한 내수용 산업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업영역 조정은 드론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