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일본 제품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산 배터리를 단 전기차 모델 수는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테슬라 등 일본 제품을 단 전기차가 더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최근 자국 배터리를 장착한 일본 자동차 업체까지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면서 향후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미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EVs)가 집계한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 근거로 2017년도 배터리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산이 33.5%(261만㎾h), 일본은 66.5%(518만㎾h)를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는 2016년 비해 판매량이 10%이상 늘었지만, 한·일 경쟁에서 여전히 밀리고 있다. 지난해 19만9826대가 팔린 북미시장에서 파나소닉 배터리를 쓰는 테슬라(5만147대)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토요타(1만8516대)·닛산(1만1128대) 등 전기차 판매도 늘고 있다.
반면에 북미 출시된 전기차 42개 모델 중 26개 모델이 국산 배터리를 달았지만 인기 차종은 크게 적었다. LG화학 배터리를 쓰는 GM은 판매량(4만3464대)은 2위를 차지했고, 삼성SDI 배터리를 단 BMW(2만1208)는 3위에 올랐지만 배터리 용량이 적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이 위주로 판매됐다.
모델 별 판매순위는 테슬라 '모델S'(2만7060대), GM '볼트(Bolt)'(2만3297대), '모델X'(2만1315대),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2만936대) 순으로 집계됐다.
국산 전기차 중에는 현대차 '쏘나타PHEV'(2535대)가 17위, 기아차 '쏘울EV'(2157대) 19위,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35위(432대)를 각각 차지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올해도 국산 배터리 시장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국 배터리를 장착한 토요타 전기차 판매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데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1위인 닛산 '리프(Leaf)' 2세대 모델이 이달부터 북미 판매에 들어갔다. 여기에 테슬라도 '모델3' 생산 지연 문제가 점차 해결되는 중이다.
이에 반해 국산 배터리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 등 전기차 후발 업체를 제외하고는 고가 모델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물량 확대가 쉽지 않다.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시장 초기부터 일본 배터리가 주요 제작사의 공급선을 확보한데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체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면서 “국산 배터리 장착한 인기 차종이 적어 시장 반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제작사 별 북미 전기차 판매량(자료 인사이드이브이스(EVs))>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