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로 암을 치료하는 면역 항암제 개발 경쟁이 뜨겁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현존 최고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시장 선점 시도가 점화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사 간 면역 항암제 개발이 활발하다. 3세대 항암제로 평가 받으면서 기존 암 치료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전망이다.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한다.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1세대 항암제와 2세대인 표적 항암제를 뛰어넘는 미래 기술로 지목됐다.
면역 항암제는 네 가지로 구분된다. 면역유도물질을 투여해 인체 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항암제가 우선 꼽힌다.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속임수를 방지하는 면역관문억제제, 혈액 내 면역세포를 분리해 항암작용을 하는 암 백신도 면역 항암제다. 암 환자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항암 기능을 높이는 CAR-T 기전도 면역 항암제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 업체 이벨류에이트는 올해 바이오헬스 시장 주요 주목 분야로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치료제를 꼽았다. 두 영역 모두 시장 가치가 급등하고 임상 결과가 가시화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 면역반응 회피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한다. 다국적 제약사 BMS '옵디보', 머크 '키트루다'가 대표적이다. 올해 키트루다 매출은 61억달러(약 6조5000억원)다. 2022년에는 61% 증가한 95억달러(약 10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옵디보 역시 98억달러 매출이 기대된다.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인 로슈 '티쎈트릭',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도 2022년까지 각각 219%, 510% 매출 성장이 예측된다.
CAR-T제제 역시 노바티스가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소아 환자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권고를 받았다. 카이트 파마, 주노테라퓨틱스, 블루버드바이오 등도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 속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유전자 변이, 암 종류와 관계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국내 제약사 움직임도 분주하다. 앞선 곳은 신라젠이다. 면역 항암제 '펙사벡'은 간암 치료 영역에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면역유도물질 'GM-CSF(과립구 대식세포 콜로니 자극 인자)'를 삽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2020년 말 상업화를 목표로 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면역유도물질 분야 면역 항암제 시장에서 신라젠 펙사벡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상황”이라며 “2020년 말 출시를 목표로 임상 3상 시험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다수 제약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면역관문억제제다.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한올바이오파마와 협업해 면역 항암항체 후보물질을 발굴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중인 세 가지 면역항암제 선도·후보물질 도출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삼양바이오팜도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나노케이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한 면역 항암제 개발에 착수했다.
국제성모병원-이뮤니스바이오, 보령바이젠셀도 각각 NK세포(자연살해세포), T세포 등을 기반으로 면역 항암제를 개발한다. 바이로메드, 제넥신은 CAR-T, 암백신 분야에서 면역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암 치료 시장에서 면역 항암제는 효능과 부작용 면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라며 “R&D 등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