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처음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판매량이 역전됐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프리미엄 D세그먼트(중형급) 'G70' 출시로 성장을 꾀했지만, 기존 모델 부진으로 전체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제네시스 내부에서는 2019년 출시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조기 출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6% 감소한 5만6616대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6만8861대), BMW(5만9624대)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제네시스가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에 뒤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시스는 EQ900(대형), G80(준대형)에 이어 지난해 9월 G70(중형)까지 출시해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G70은 지난해 4554대를 판매해 당초 목표인 5000대를 10% 가량 미달했다. 또 주력 모델인 G80 판매량이 7.4% 가량 감소했고, EQ900의 경우 절반가량 감소한 1만2300대 판매에 불과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해 나란히 20% 이상 성장하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단일 브랜드 최초로 6만대를 돌파했다. BMW도 6만대에서 400대 가량 부족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세데스-벤츠, BMW가 다양한 SUV 라인업을 보유한 것이 판매신장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16종이었던 SUV 라인업을 지난해 22종까지 늘렸다. 그 결과 2016년 8919대였던 SUV 판매량은 지난해 1만2127대로 36% 가량 증가했다. BMW도 지난해 X1부터 X6까지 총 7종의 SUV 라인업을 전년 대비 25.4% 가량 증가한 9613대를 판매했다.
반면 제네시스는 아직까지 SUV 라인업이 없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 판매 비중이 줄고, SUV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도 적용된 것이다. 때문에 제네시스 내부에서는 SUV 조기 투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내년 E세그먼트(준대형급) SUV 'GV80'을 시작으로 D세그먼트(중형급) SUV 'GV70', C세그먼트(준중형급) SUV 'GV60'까지 3종의 SUV 라인업을 계획 중이다.
제네시스 측은 SUV 라인업을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지난해 G80을 철수하면서 내년 GV80을 시작으로 새롭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포르쉐 등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미엄 SUV 라인업을 전략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최근 내수 시장에서 주춤한 것은 세단 시장 축소와 기존 모델 노후화가 겹친 것으로, 올해부터 G70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부진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네시스는 지난해 BMW에서 플랫폼 기획 전문가 '파예즈 라만'을 제네시스아키텍처개발실장(상무)으로 영입하고, 현대차그룹 최고 기술력을 투입해서 SUV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