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음성 플랫폼 장악 노린다...세계 9개 언어 가능한 오디오북 출시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메이 페이지<사진 구글코리아>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메이 페이지<사진 구글코리아>

구글이 음성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인공지능(AI)과 연계, 궁극으로 언어 장벽을 없애는 거대 프로젝트다.

구글은 24일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에 오디오북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어, 영어 등 총 9개 언어를 지원한다. 구글 AI 음성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 '구글 홈' 등 다양한 기기로 세계 각국의 책을 읽어 주는 서비스다.

외형으로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은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책 서비스다. 구글플레이 도서를 통해 세계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과 베스트셀러를 읽어 준다. 국내 이용자는 해외 도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제작된 도서를 오디오북으로 감상한다.

오디오북은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 기본 목차 하위에 세부 목차를 자동 생성해서 제공한다. 기계가 전자책 텍스트와 오디오북 소리를 구문 단위로 나눠 비교, 내용 흐름을 고려한 세부 목차와 세부 목차별 제목을 스스로 만든다.

이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iOS, 웹 등 폭넓은 플랫폼과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영어권 일부 국가에선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와 긴밀하게 연동, 구글 홈을 통해 감상 가능하다. 이용자는 음성 명령 등 다양한 추가 편의 기능을 이용한다. 국내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과 연동이 되지 않고 구글 홈 한국어 버전도 출시되지 않아 당장 AI 스피커를 통한 감상은 어렵다.

구글은 서비스 출시로 세계 각국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 콘텐츠를 대거 확보했다. 한국에서도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제작업체 '오디언소리'와 손잡고 1만권이 넘는 한국어 오디오북을 제공한다. 매달 100권가량 추가할 전망이다.

권재휘 구글플레이 글로벌 프로덕트 파트너십 매니저는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은 가계학습이 적용돼 이용자가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라면서 “더욱 풍부한 오디오북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설>

구글 오디오북 서비스 출시는 단순한 '책읽기' 수준을 뛰어넘는 프로젝트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 데이터를 오디오북 서비스를 통해 축적하고 이를 기계학습으로 진화하는 언어 플랫폼, 음성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기존의 모바일 OS시장 장악에 이어 이른바 인류의 마지막 장벽인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오디오북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음성 데이터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서비스 출시와 함께 세계 각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9가지 언어 오디오북 콘텐츠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만 1만권이 넘는 음성 콘텐츠를 손에 넣었다. 구글은 각국에서 만든 오디오북 데이터, 각종 명령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한다.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처럼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이 이뤄지면 인간처럼 창의 언어 구현이 가능한, 말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인종과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각 언어의 형태소, 문장, 발음 등을 분석한 뒤 언어 표준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쯤 되면 언어 장벽은 순식간에 붕괴된다.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에 따른 언어도 수집된다.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은 주요 음성 플랫폼인 AI 스피커와 연계된다. 음성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을 통해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음성 명령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영어권 일부 국가에서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적용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취합된 명령어와 사용자 대화는 구글 언어플랫폼, 음성플랫폼 구축에 좋은 도구가 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오디오북 서비스 연동, 구글 홈과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과 연동 등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구글 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구글 홈 한국어 버전 출시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은 온라인 도서 플랫폼으로 출발, 전자책 분야에서 막대한 콘텐츠를 보유했다. 이미 2015년부터 아마존 AI 스피커 '아마존 에코'에 오디오북 기능을 추가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이미 경쟁 상태다. 구글은 최근 아마존 AI 스피커 제품 '에코 쇼'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마존도 자사 상거래 플랫폼에서 구글 홈 유통을 거절했으며, 최근 일본에서 네이버·라인 AI 스피커 '웨이브' 구매 중단을 통보했다.

구글의 언어·음성플랫폼 장악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미국 성인 음성 비서 사용 현황에 따르면 미국 성인 46%가 음성 비서를 사용한다. 검색 플랫폼으로만 한정해도 기존 시장을 양분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경제 매체 캠페인은 컴스코어 자료를 인용, 2020년 전체 검색 50%가 음성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은 2016년 모바일 검색 가운데 음성 비중이 20%를 넘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데이터가 모아지고 분석이 이뤄지면 구글은 세계 언어를 통합시킨 단일 플랫폼이 된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도 오디오북 이외에 다양한 음성 콘텐츠 발굴에 나선다. 네이버는 지난해 음성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클립'을 선보였다. 300억원 규모의 오디오 콘텐츠 펀드도 조성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도 완성차 업체 등 다양한 플랫폼과 제휴를 확대하며 신규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는다.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리더는 “많은 기기 인터페이스가 음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오디오 콘텐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네이버도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가 구현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