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력 조사기관이 평가한 올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수제너럴모터스(GM)가 기술력과 전략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자율주행 부문에서 선두로 인식되던 테슬라는 과도기적인 기술 수준과 전략 부재로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는 15위까지 떨어졌다.
31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주행 기술 리더(Leaderboard Report:Automated Driving)' 보고서에서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GM이 선정됐다. 이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인 '웨이모(waymo)', 다임러-보쉬, 포드, 폭스바겐그룹, BMW-인텔-FCA, 앱티브(APTIV) 등 순으로 나타났다.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된 GM은 자율주행 분야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다.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율주행 솔루션' '자율주행 서비스' '자율주행 부품' 3가지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6년 글로벌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Lyft)'에 5억달러(약 5400억원)를 투자했고, 자율주행 솔루션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차 '눈'에 해당하는 '라이다(Lidar)' 스타트업 '스트로브(Strobe)'도 인수했다.
내비건트는 GM이 기술력, 전략, 포트폴리오 등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볼트(Bolt)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서비스,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콘셉트 '크루즈AV' 등 다양한 상용화 방안을 내놓은 점을 높이 샀다.
지난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포드는 4위로 밀려났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기술을 적용한 콘셉트를 내놓지 않고 있어 순위에서 밀려났다. 포드는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르고AI'를 인수했고, 올 들어 교통서비스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 '오토노믹(Autonomic)', 운전경로 최적화 SW 개발업체 '트랜스록(TransLoc)'을 인수하면서 기술·전략 강화에 나섰다.
2위를 차지한 웨이모는 양질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FCA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미니밴 '퍼시피카 PHEV' 600대에 웨이모 자율주행 솔루션을 장착해 미국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6개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조사에서 'CES 2017'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시연 등을 통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력을 인정받아 10위권에 처음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15위로 다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오로라(Aurora)'와 협업해서 2021년까지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내비건트는 현재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자동차·IT 기업 19곳을 대상으로 △비전 △시장 진출 전략 △파트너 △생산전략 △기술력 △영업력·마케팅·유통 △제품 기능 △품질 및 신뢰성 △포트폴리오 △제품 유지력 등 10가지 기준을 적용해 평가를 진행했다. 특히 단순 기술 비전보다는 생산, 유통, 신뢰성 등 상용화 관련 전략에 대한 평가가 강화됐다.
테슬라는 평가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몇 년 전까지 고도 ADAS '오토파일럿'에 대한 높은 평가로 상위권이었지만, 가시적인 기술 발전이나 전략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모빌아이(Mobileye)와 결별한 이후 기술발전이 크지 않은 것이 주요원인으로 꼽혔다. 테슬라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 자체 개발 레이더(Radar) 등을 장착해 레벨5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