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31일 발표한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에는 투자 기능을 강화해 벤처기업의 성장성과 기술혁신성을 민간이 직접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벤처기업 확인 인정 범위를 액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드, 엔젤매칭 투자를 받은 개인투자자 등으로 대폭 넓히면서 사실상 벤처확인 주체를 민간 시장에 완전히 넘겼다. 벤처투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투자 규제를 완화하도록 한 벤처투자촉진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되는 분야는 벤처투자 시장이다. 벤처확인 제도 개편으로 벤처캐피털(VC)의 기업 발굴 기능이 강화되고, 벤처투자 '젖줄'인 모태펀드 운용 방식도 민간에 자율성과 책임성 부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KVF)로 이원화된 벤처투자 시장을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하고 VC를 벤처투자의 단순 지원 기구가 아닌 별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 이날 발표에서도 벤처기업인보다는 앞으로 벤처기업을 발굴할 벤처투자자들이 토론 패널에 포함됐다. 1호 전문엔젤이자 다음 창업자 출신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파트너와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 기술기반 창업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가 참석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투자제도 도입 30여년만에 드디어 VC만을 위한 법 기반이 마련됐다”며 “벤처투자 시장을 별도 산업으로 인정해 한국 벤처투자 산업의 질적 발전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처투자촉진법은 2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상반기 중 정부가 발의한다. 중소기업, 창업자,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 사항을 명확히 해 벤처투자산업을 육성하고 투자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목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벤처투자조합 운용 주체에 기존 창업투자회사 또는 신기술금융사 외에도 액셀러레이터와 증권사를 추가해 다양한 주체가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는 기존 운용 주체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창업투자회사가 창업·벤처전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도 결성할 수 있다.
창업투자 의무 비중도 자산 규모별로 차등화해 다양한 영역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 기존 창업투자조합은 펀드별로 반드시 40% 이상을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했다. 신규 제정안에는 펀드 총액이 클 수록 의무비율을 낮춰 대형 벤처조합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투자 기업도 사행산업과 미풍양속을 저해하지 않으면 사실상 모든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무실공유서비스 등 기존 금융업이나 임대업 등으로 등록되어 있는 신산업 투자도 허용된다. 중견기업과 해외 기업에도 창업투자의무만 준수하면 투자가 가능하다. 재간접펀드에 출자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밖에도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규정 위반을 반복하는 창투사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해 책임성을 강화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2조4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2022년까지 약 1.8배 확대할 것”이라며 “민간자금 유입 확대 등으로 신규 벤처투자가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2022년까지 0.23%로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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