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7 연구동 463호 음성지능연구그룹 연구실. 며칠 후에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될 한글과컴퓨터의 자동 통번역 시스템 '말랑말랑 지니톡'이 탄생한 공간이다.
연구실에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서 타자소리와 함께 소근대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묘한 조합을 이루는 웅성임이다. 다양한 언어를 통역하는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이다 보니 이 곳에서는 일상이 돼버린 풍경이다. 빼곡히 들어선 파티션으로 촘촘하게 나뉜 공간도 다른 연구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지니톡'은 반응속도가 매우 빨랐다. 지니톡을 설치한 스마트폰에 “평창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라고 말하자 스마트폰은 1초 만에 영어로 번역해 음성으로 내보냈다. 낭랑한 여자 목소리였다. 화면에는 영어 문장이 함께 떠올랐다. 같은 내용을 영어로 말하자 곧바로 “평창까지 얼마나 걸리나요?”라는 우리말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내를 맡은 김승희 책임연구원은 “지니톡은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총 8개 언어를 구사한다. 관광이나 일상 생활에 필요한 통번역은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높다”면서 “평창올림픽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기술이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배치되는 통번역 시스템은 넥밴드형 웨어러블 기기에 ETRI가 개발한 음성 구간 검출 기술을 접목한다. 주변 소음을 걸러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연구팀은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순간까지 지니톡 성능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한다. 지니톡 엔진 모델을 개선하고 사용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가 몰릴 때를 대비한 시스템 체크 지원 업무도 맡았다.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김 책임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얼굴이 모두 푸석해질 정도로 고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일부 연구원은 지니톡을 상품화한 한글과컴퓨터와 평창에서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림픽이 무사히 끝나는 날까지 이런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
하지만 이들은 기억에 남을만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생각에 고된 업무가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고 한다. 음향 모델 구축 업무를 맡은 최무열 선임연구원은 “이번 평창올림픽은 세계인을 대상으로 지니톡을 서비스하는 시험무대”라면서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