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봇 '고카트', 병원서 손과 발이 되다

고카트 미니가 혈액검체를 싣고 진단검사의학과로 이동하고있다.
고카트 미니가 혈액검체를 싣고 진단검사의학과로 이동하고있다.

국산 자율주행 로봇이 을지대병원에 첫 도입됐다. 스스로 움직이면서 24시간 병원 내 물류를 담당한다.

유진로봇(대표 신경철)은 8일 을지대학교 병원에서 자율주행 로봇 '고카트(GoCart)' 도입 설명회를 개최했다.

고카트는 스스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스테레오 카메라와 센서, 스캐너로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해 충돌을 피한다.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층간 이동까지 할 수 있다. 자동문도 알아서 통과한다. 스테레오 카메라와 3D센서,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공간을 정확히 분석하기에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oT)과 접목해 스마트 빌딩 내부 시스템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과도 연동할 수 있다.

고카트는 최대 300㎏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고카트 미니는 시간대 별로 의료 샘플, 약품, 스낵, 음료, 식사 등 저용량 물류를 배송하는 데 적합하다. 이동하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자동 충전한다.

설명회에서는 고카트 미니가 혈액 검체를 날랐다.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스케줄에 따랐다.

고카트 미니는 을지대병원 본관 2층에서 신관 5층에 있는 종합건강검진 채혈실로 이동했다. 본관과 신관을 잇는 경사진 구름다리도 무사통과했다. 마주오던 환자를 인식, 잠시 멈칫하더니 비켜갔다. 90도로 경사진 복도도 매끄럽게 주행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의자가 놓여있었지만 걸리지 않고 돌아갔다. 모든 주행 상황은 상단창에 실시간 표시된다.

고카트 미니는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에 불이 켜졌다. 엘리베이터 서버와 와이파이로 통신했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증강현실(AR) 마크를 인식, 정확한 위치를 잡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탑승하자 5층 버튼이 자동 선택됐다. 5층에 내려서는 5층 지도를 불러오고 현재 위치를 다시 잡았다. 목표 지점인 채혈실 앞에 도착하자 전면 선반 뚜껑을 열었다. 임상병리사는 익숙한듯 그동안 모인 혈액 검체를 선반에 넣고 'O'라고 쓰인 녹색 버튼을 눌렀다. 별다른 입력 과정없이 고카트 미니는 뚜껑을 닫고 진단검사의학과로 출발했다.

정해진 스케줄이 아닌 경우는 의사나 간호사에 지급된 태블릿PC로 호출할 수 있다. 터치 한 번이면 끝이다. 로봇관제시스템(FMS)이 최적 경로에 있는 고카트 미니를 투입한다. 로봇이 여러 대가 있어도 원활하게 운용 가능한 이유다. 간호사가 위치를 이동하면 목적지만 바꿔주면 된다.

김승민 을지대병원 교수는 “고카트는 현재 병원 본관과 신관을 이동하면서 물류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더욱 요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로봇이 물류 로봇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성이다. 물류 로봇시장은 2016년에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3년 후에는 10배에 달할 전망이다.

박성주 유진로봇 부사장은 “고카트는 을지대병원을 비롯해 스페인와 뉴질랜드 요양기관, 싱가포르 호텔, 독일 코카콜라 공장 등 국내외 16번의 현장 테스트를 거쳤다”면서 “현재 15개국과 진출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