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이동통신사와 한국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LG유플러스와 데이터센터 상면 임대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난해 초부터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이통사 등의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연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구글은 직접 데이터센터를 신축하는 대신 임대 방식을 택했다. 임대 방식일 경우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와 별도로 공간 임대 계약을 체결한다. 구글이 LG유플러스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 LG유플러스 IDC 안에 구글 데이터센터 공간이 꾸려진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주요 장비와 데이터센터 설계·운영·관리는 구글 전문 인력이 투입해 구성한다.
업계는 구글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데이터센터 설립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다. 1, 2위 사업자인 AWS와 MS는 2016년부터 한국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매출을 이끌었다. AWS는 올해 국내에서 5000억원 이상, MS는 500억원 매출을 각각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구글도 몇 년 전부터 국내 기업용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분석이 중요해지면서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쿼리'가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이 빅쿼리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AWS, MS와 달리 구글 클라우드는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구글 국내 파트너사들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임원이 방한해 올해 한국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상면 임대 방식으로 시작, 고객이 늘면 AWS나 MS처럼 직접 설립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구글이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최종 확정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보안이 중요해 확정되더라도 외부 공개를 꺼린다. AWS, MS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최종 확정되면 본사가 직접 사실을 알려 왔다. LG유플러스와 최종 협상이 이뤄지면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구글이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더라도 사회 기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글은 국내에서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조세회피 기업으로 지목됐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막대한 트래픽에 합당한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국내 통신사의 불만도 제기됐다.
자체 설립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만큼 세금이나 각종 규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기업에 자체 데이터센터는 세금이나 규제 근거가 되는 고정 사업장이다. 구글은 이미 국내 지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용 서버를 대여해 쓰고 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