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중교통 와이파이 속도를 메가(Mbps)급에서 기가(Gbps)급으로 높인다. 이용자 체감 품질을 개선하고 궁극으로 서민 통신비 절감에 일조하기 위한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2018년도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신규 과제'의 일환으로 이동통신 분야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체감 품질 개선'을 선정했다. 이달 중에 사업을 공고할 예정이다. 5년 과제로 매년 33억원씩 총 165억원을 투입한다.
IITP는 11일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가 14만4000원으로, 가계 지출의 4.3%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실외 인터넷 사용 대부분이 대중교통에서 발생하지만 대중교통 와이파이 서비스의 품질이 열악해서 서민도 상용망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사업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서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 속도는 '버스당 수 Mbps'다. 5Mbps라고 가정해서 버스 탑승객 20명이 동시 접속할 때 속도는 0.25Mbps에 불과하다. 인터넷 접속에 적어도 0.33Mbps, 동영상 시청에 3Mbps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서비스 이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의 핵심은 개별 대중교통 수단(이동체)의 공공 와이파이 속도를 1Gbps로 높이는 모바일 백홀(기지국과 이동체 간 무선 구간) 기술 개발이다.
탑승객 20명이 동시에 이용하더라도 개인당 50Mbps의 고속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속도 구현이 목표다. 100MB 동영상을 16초에 다운받는 속도다.
IITP는 모바일 백홀 기술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재학 IITP 이동통신 CP는 “특정 기술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든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모바일 핫스폿 네트워크(MHN)와 5세대(5G) 이통 등이 후보 기술로 거론된다. 롱텀에벌루션(LTE)으로는 1Gbps 제공이 쉽지 않고, 주파수도 없기 때문이다.
MHN 기술은 이동체당 기가급 이상의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오는 6월부터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에서 MHN을 시범 서비스한다. MHN은 현재 일정 구간을 왕복하는 지하철(기차)에 최적화돼 있다. 버스 등 광범위한 지역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5G 역시 이동체당 기가급 속도를 제공하는 모바일 백홀 기술로 이용할 수 있다. 이통사가 상용망을 설치하면 인프라 구축비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전파 도달 거리 확대, 데이터 이용료 절감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공공 와이파이의 품질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각에선 공공 와이파이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만큼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속에 필요한 구축·운영비 절감 방안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성남시가 버스 공공 와이파이 운영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만큼 이 같은 현상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기업 대표는 “공공 와이파이는 품질뿐만 아니라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고루 살펴야 한다”면서 “단순히 속도만 높인다는 목표로 R&D를 시작하면 서비스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TV화이트스페이스(TVWS) 등 비용 절감을 위한 폭넓은 기술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중교통 와이파이 속도>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