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미국에서 TV로 지켜봤습니다. 마지막 성화 점화 장면이 정말 멋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성화대를 보며 울컥했습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빠졌다. 성화대와 성화봉 디자인을 통해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기여했다는 생각에서다. 성화대와 성화봉을 한 사람이 디자인한 것은 역대 올림픽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9일 열린 올림픽 개막식은 세계 25억명이 시청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화 점화식.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겨 스타 김연아가 등장해 우아한 퍼포먼스를 펼친 후 김영세 회장이 디자인한 '달 항아리' 모티브의 성화대에 점화했다.
당초 김 회장은 성화봉 디자인만 하기로 됐었다. 하지만 완성된 성화봉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성화대 디자인까지 맡게 됐다.
김 회장은 “성화봉 디자인을 마무리한 뒤 2016년 겨울 성화대 디자인을 갑자기 맡았다”면서 “1년여 남은 기간 동안 디자인하고, 30m 크기 거대 건축물 제작까지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려운 프로젝트지만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성화대 디자인 구상을 시작하고 곧바로 성화봉과 성화대 디자인 콘셉트를 연계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성화봉에 표현한 5개 가지가 올라가며 하나로 모이는 상징을 성화대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김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이 '하나된 열정'이고, 이를 성화봉에 표현한 것이 5개 가지가 올라가는 모습”이라면서 “세계 5대륙이 하나로 만난다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화대에도 땅에서부터 커다란 가지 5개가 위로 올라가고, 맨 위에 달 항아리를 상징적으로 배치했다”면서 “가장 우아한 한국적 디자인이면서 세계적 디자인이 바로 달 항아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화 점화식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 김연아 선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은 “김연아 선수가 흰색 옷을 입고, 달 항아리 콘셉트 성화대를 잘 살리는 우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서 “만나면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김 회장은 고국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디자인 재능을 제공한 것이 각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촌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진입하는 연결통로인 '나들길'과 이번 '성화대·성화봉'을 고국을 위한 최고 디자인 작품 2개로 꼽았다.
김 회장은 “2013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나들길'을 디자인했는데, 태극기의 건곤감리와 음양을 담았다”면서 “국내외에서 연간 350만명 이상 방문하는 나들길을 통해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다보니 고국을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면서 “주변에 보면 은퇴하는 또래가 많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